삼성화재, 보험금 지급 거절 공문에 한발 물러서...대개협, 각종 실손보험 지급 거부 대응 예정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금융감독원 민원을 통해 삼성화재로부터 “특정 환자에게 주사제 등을 투여할지 여부는 의학적 관점에서 결정될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5월 경 개원의 3000여명에게 소위 ‘비급여 주사제 적정 치료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해 개원의들의 공분을 샀다. 비급여 주사제가 치료 목적으로 환자에게 처방 투여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주사제가 식약처 허가사항의 효능, 효과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치료목적으로 사용됐다'는 의사의 소견만으로는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개협은 해당 공문의 위법, 부당함을 지적하고 삼성화재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공시적으로 요구했으나 삼성화재가 응하지 않았다. 대개협은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제제 조치를 신청하는 민원을 냈다.
삼성화재 "의사의 의료행위 구속하는 의미 아냐" 의사 진료권 인정
5일 대개협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번 금감원 민원 답변에서 의사의 진료권을 인정하며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삼성화재는 공문에서 "당사는 비급여 주사제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급 지급 기준 안내와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거절 가능성을 안내했다. 이는 당사와 환자 사이의 보험 계약에 관한 사항으로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이는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구속하는 의미로 볼 수 없다. 의료인의 비급여 주사제 처방 및 투약이 위법한 행위가 되는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는 “환자에게 안내 협조 요청의 내용도 의료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실손의료보험과 관련된 환자들의 민원, 불만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에 일정한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일 뿐 의료기관을 구속하거나 강요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라며 "의료기관은 당사의 협조요청에 반드시 따라야할 이유도 없고 협조여부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민원인은 의사의 소신진료를 저해하는 행위로 의료법을 위반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비급여 주사제가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의료인의 비급여 주사제 처방 및 투약 행위 사이에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어 이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비급여 주사제와 관련한 실손보험 처리와 관련된 내용으로 의료행위에 관한 내용이 아니며, 의료기관에 비급여 주사제의 처방 및 투약을 하지 말거나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의료법 제12조 제1항이 금지하는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 지출 줄이고 이익 극대화 의도일 뿐, 회원들 따를 필요 없어"
이번 공문과 관련, 대개협은 “삼성화재가 의료기관에 보낸 협조요청도 환자에게 안내해 달라는 협조요청일 뿐, 의료기관이 삼성화재의 협조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도 없고 협조 여부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전에 의료기관에 발송한 협조요청 공문의 의의를 줄여 해석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개협은 “의약품의 허가 사용 내지 허가목적 외 사용의 문제는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에 따른 진료의 영역이어서 의료법의 적용 영역이다. 국민건강보험법령상의 급여, 비급여의 문제와는 적용 영역이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화재의 주장은 실손 보험금지출을 줄여서 민간보험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얄팍한 시도일 뿐, 대개협 회원들이 혼동돼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의사의 의료행위는 순전히 현장에서 환자를 접하고 판단하는 의사의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행해져야 한다. 환자와 의사 외 어떤 외압도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간섭을 시도했던 실손 보험회사조차 그 내용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문서를 이끌어 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에 대한 실무를 담당한 대개협 조정호 보험부회장은 "향후 보험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환자들과 협조해 실손 보험회사가 의학적 필요에 의해 행해진 의료행위에 대해 실손보험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를 찾아보겠다. 이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추가 대응방향을 구상할 것"이라고 했다.
조 부회장은 "삼성화재가 먼저 개원의들에게 겁을 주게 되면 다른 보험사들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대형 보험사의 불합리한 협조 요청에 대개협 회원들이 휘둘리지 말고 당당히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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