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26년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아직도 지난 정권의 무지, 무도한 의료농단의 잔해 속에서 신음하며 그 참혹한 결과는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공의, 의대생들을 공공재 및 악마화한 발언을 일삼는 전 복지부 차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않았고, 이들에 대한 처벌 또한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가장 큰 피해자였던 24학번 의대생들은 25학번과 ‘더블링 교육’이라는 전대미문의 실험대에 올려져 강제 합반으로 교육 인프라 부족에의한 질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교육 붕괴의 한복판에 내몰려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40명 정원인 미니의대 등에서 2개 학년 200명이 동시 강의를 받고 있는 현장을 가봤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복지부는 의협 요구로 구성된 수급위원회에 의협 측이 50%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2037년 기준 2500명에서 많게는 4800명, 매년 약 600명 이상 증원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상 기사다.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 과연 논의인가, 아니면 통보인가.
실제 수급위원회의 2033년까지의 추계는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추계가 나왔는데도 이미 정해놓은 숫자에 매몰돼 국민을 혼돈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보정심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부, 특히 복지부에 분명히 요구한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 정책, 25학번 1508명 증원은 한결 깨끗한 현 정부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 유산’이다.
26학번이 동결됐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27학번까지 최소한 동결돼야 1508명 증원에 대한 최소한의 정리와 책임이 논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이 과도한 요구인가, 아니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가.
아리마 모형, 조성법 등 13~14차례에 걸친 수급위원회, 5차례의 보정심 회의, 의료인력 공청회까지 진행해서 나름 합리적인 모델을 찾으려 함에는 수고하셨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작 전문가인 의협의 고언은 왜 듣지 않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고령화,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최소한 2년의 연구와 검증이 필요한 문제를 고작 6개월의 추계로 이미 정해진 숫자 안에서 얼렁뚱땅 마무리하는 것은 또 다른 의료농단일 뿐이다.
혹시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신설의대, 공공의대 등으로 환심사는 포퓰리즘 증원정책은 국민과 미래의 세대에 경제적 부담만 남길 뿐이다. 지난해 7월까지 18개월 동안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젊음을 바쳐 의료농단에 맞섰다. 그 결과가 낙수효과라는 이름의 허상이라면, 필수의료 기피는 더 심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 생명의 위기로 되돌아갈 것이다.
정부는 지역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일본의 지역의사제를 언급한다. 일본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왜 일본이 시행한 2년 이상의 거시적 추계 연구, 10% 내외의 점진적 증감, 필요 시 정원 동결 같은 핵심 요소는 왜 외면하나. 저출산, 고령화, 수가 구조까지 일본과 닮은 한국에서 유리한 부분만 취하고 불리한 부분은 외면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책인가.
분명히 말씀드린다. 모든 진료과는 국민에게 필수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흉부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생명과 직결된, 가장 위험하고 가장 힘든 과들이 정부의 무대책 속에서 3D 업종처럼 버려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수술 한 번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하는, 국민이 국가를 원망하는 참담한 현실이 반드시 닥칠 것이다. 정부는 이 경고를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사제가 국회를 통과해 정원 외 증원이 추진되더라도 시기의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공공의대 문제 역시 과거 서남의대 정원 49명이 이미 현 정원 3058명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부에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의협도, 전공의도, 의대생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의사들은 이 땅에서 병마와 싸우는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헌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필수과 교수들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질 필수의료 공백을 메울 세대는 바로 지금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다. 이들이 낙수효과가 아닌, 진정 필수의료에 헌신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상식적이고 절제된 모집 인원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그 출발점이 바로 2027년 이후 의대 정원 결정이다. 또한 지역에서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을 강력히 요청한다. 지난 2년 무분별한 증원 정책으로 인해 국민도, 국가도, 의협도 모두 의료 피해자였다. 2026년 이후만큼은 달라야 한다. 현명한 결정으로 국가도, 국민도, 의료인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한 해가 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