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07 06:44최종 업데이트 25.08.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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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생태계 구축할 중요한 시점 도달…머크, 지역과 국가의 기술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

[K-바이오 성공 파트너들] 머크 본사 역시 한국을 전략적이고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투자 지속 확대 계획

사진: 김용석 한국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 솔루션 비즈니스 대표.

 

K-바이오 성공 파트너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국적 제약회사와 공동 개발한 신약이 미국에서 상용화되고, 기술 수출에 따른 기술료 수익이 증가하는 등 최근 몇 년간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이 15건 이뤄졌고, 총 계약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거래도 8건에 성사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 원 이상 대형 거래 3건을 포함해 9건 해외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고, 그 규모는 10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성공률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생산, 허가, 판매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K-바이오 성공 파트너들' 특집기획을 통해 신약 개발과 치료제 생산 등 바이오 산업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 비임상 또는 임상 연구를 함께할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신약 개발 시작부터 상업 생산까지 지원하는 위탁개발생산기관(CDMO) 등 K-바이오 기업과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을 만나 한국 시장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들어본다. 

히로(HiRO) 코리아 노지희 지사장
② 머크 라이프사이언스(Merck Life Science) 프로세스 솔루션 비즈니스 김용석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머크(Merck KGaA)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화학회사로 생명과학, 헬스케어, 전자소재에 중점을 둔 3개의 독립적인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을 통한 삶과 건강증진(Impacting Life and Health with Science)'을 목표로 ▲사이언스 앤 랩 솔루션(Science & Lab Solutions) ▲프로세스 솔루션(Process Solutions) ▲라이프 사이언스 서비스(Life Science Services)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프로세스 솔루션에서는 신규 혁신 치료법을 위한 바이오리액터, 크로마토그래피, 여과, 싱글-유즈, 화학제품, 첨가제, 세포배양배지 등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용석 한국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 솔루션 비즈니스 대표는 "바이오텍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체인의 대부분 공정에서 요구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전 주기에 걸쳐 제공하는 것이 프로세스 솔루션 사업부의 핵심 전략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이와 유사한 비전을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제품이나 공정에 한정된 기술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머크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면서 "여기에 더해 제약 산업 특성상 엄격한 규제가 수반되는 만큼, 머크는 각종 규제 대응과 품질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파트너인 바이오텍들이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김 대표와 만나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 솔루션 사업부의 비전 및 글로벌 전략은 무엇이고 한국 시장에서 어떤 협력 사례를 구축하고 있는지, 한국 바이오 기업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알아봤다.

김 대표는 서강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사를 취득하고 헬싱키대 글로벌 매니지먼트 MBA 과정을 마쳤다. 한국 머크에서 피그먼츠(색소) 비즈니스를 총괄했고, 머크 독일지사에서 아시아태평양 피그먼츠 사업 총괄과 글로벌 핵심 어카운트 공략 기술마케팅 총괄을 거친 뒤 현재 한국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 솔루션 비즈니스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팬데믹 계기로 기업간 협력 중요성 높아져…장기 파트너십이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가치

Q. 머크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 전 주기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소개해달라.

제조 공정에서의 전 주기란, 업스트림(upstream) 공정인 세포 배양부터 시작해 생산된 물질을 정제(purification)하고 필터링과 농축을 거쳐, 최종적으로 주사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drug substance)을 제조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이처럼 각 공정 단계에서 머크는 해당 공정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

R&D 단계에서 임상 개발을 거쳐 상업화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도, 단순한 제조 공정을 넘어 각종 규제 대응, 품질 보증 등의 요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머크는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고객이 제품 개발과 시장 진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머크는 전체 공정을 ‘배양(Make)–정제(Purify)–제형(Formulate)’의 세 가지 프로세스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 각 단계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Q.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명공학 산업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바이오 생산 공정 분야에서 주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으며, 한국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로부터 각각 기술이전을 받아 백신을 생산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국내에 백신과 관련된 기술 기반이 없었지만,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백신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은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의 조달이었다. 주요 원부자재의 생산 기지가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원활한 조달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머크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치료제 제조 기업, 그리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공동의 관심사였던 백신을 성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각 기업과 정부간 협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공급망의 민감성과 취약성이 전면적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업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는 '회복 탄력성'과 '비즈니스 연속성'이다. 회복 탄력성이란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뜻하며, 비즈니스 연속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복수 벤더 확보가 사실상 일상화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제약 산업 전반에서 밸류체인의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제적 재고 확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으며, 머크는 주요 고객사들과 함께 장기적인 재고 관리 전략을 적극 수립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아시아 지역이 공급망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드러났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머크는 '지역에서, 지역을 위해서(in region-for region)' 전략에 따라 각 지역의 공급망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아시아 지역의 바이오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대전에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 취약성을 보완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기업 간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머크 또한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가치로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

GMP 기반 프로세스 개발 지원은 물론 국가별 규제 대응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Q.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GMP 기반 제조 역량을 갖추고자 할 때 머크는 어떤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안정적인 원부자재의 확보다. 이와 더불어 머크는 글로벌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전략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약 10~15년 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개념이 확산됐고, 머크는 이를 제약 산업에 적용한 '파마 4.0(Pharma 4.0)'의 관점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현 등 실질적인 적용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GMP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정 개발이 핵심이다. 공정 개발이란 생산 공정을 보다 단순화하고 자동화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머크는 이러한 공정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송도에 '머크 엠랩(M Lab) 콜라보레이션 센터'를 설립했으며, 해당 센터를 통해 국내 대형 제조사들이 GMP 기반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약품 제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품질 검증과 규제 대응에 있어서도 머크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내부 조직을 통해 고객 맞춤형 컨설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머크는 각 국가 및 지역별 규제 요건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임상 단계에서 상업용 제조로 확장하려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는 우수한 인력과 제조 기술, 그리고 자본이 이미 뒷받침되고 있지만, 실제로 글로벌 GMP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품질의 일관성 확보나 각국 규제 대응 측면에서는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아직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본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머크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들과 수년간 공동 기술 개발을 수행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국의 규제 요건에 맞춘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해외 인허가를 위한 기술 문서의 경우, 해당 국가의 규제 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지화된 문서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크는 이 같은 과정에서 고객과 긴밀히 협업하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Q. 임상용과 상업용 제품의 제조 배치(batch) 간 차이로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가 반려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GMP 기반의 상업화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품질의 일관성 확보와 공정의 안정화다. R&D 단계에서 소규모로 생산된 임상용 시료와 상업용 제조를 위한 제품 간에는, 제조 공정과 품질 특성 전반에 걸쳐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머크는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사에 QbD(Quality by Design)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R&D 혁신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초기 개발 단계부터 상업 생산 시 제품의 품질이 어떻게 확보될지를 설계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 개념은 머크가 추구하는 파마 4.0 전략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며, 머크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QbD 관련 교육, 컨설팅, 기술 지원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공정의 안정화다. R&D 또는 임상 단계에서의 소규모 생산을 상업용 대규모 생산으로 확장하려면 기술 이전 과정이 필수다. 최근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는 CDMO(위탁개발생산)를 활용한 외주 생산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기술 이전을 통해 동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야만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공정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동일한 제품이라도 품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머크는 이러한 공정 안정화를 위해 송도에 위치한 머크 엠랩 콜라보레이션 센터를 기반으로, 스케일업 과정이나 다른 생산 공정 또는 제조소로 전환할 때 필요한 품질 안정성 확보 방법에 대해 국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제조 및 품질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기술 거점 한국 성장 가능성에 주목…머크 내부에서도 한국 기업과의 협업 수요 확대

Q. 머크의 글로벌 전략 안에서 한국 시장은 어떤 차별화된 강점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가?

과거에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시장의 매력도 제한적이어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선도하고, CDMO 분야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내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 즉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고 생산에 적용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 또한, 한국은 과거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을 통해 축적한 고도화된 제조 기술을 바이오 제조 현장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점 덕분에 현재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각국과 비교해 봐도 한국은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중국은 '차이나 포 차이나(China for China)' 전략, 즉 자국 중심의 규제와 시장 체계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국제 규제 기준과는 일정한 간극이 있다. 일본은 바이오시밀러나 CDMO 분야에서 한국보다 다소 뒤처진 상황이며, 현재는 신약 및 신기술 중심의 새로운 모달리티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다수 글로벌 바이오텍들이 단순 제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 대규모 시설 투자 능력, 가격 및 속도 경쟁력을 갖춘 생산 기술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머크를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 업계 전반에서 전략적 기술 거점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머크 내부에서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글로벌 R&D 조직이 개발한 제품을 시장 출시 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주로 본사나 미국, 유럽 지역에서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머크 본사 R&D 직원들이 한국 기업과 이러한 R&D 협업을 함께 시도해보자는 요청을 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Q. 머크는 한국 바이오 기업과 공정 개발 또는 CDMO 서비스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머크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 단계 전반에 걸쳐 깊이 관여해 왔으며,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던 초기 단계부터 머크는 파트너로 참여해 공정 안정화 및 최적화를 함께 추진해 왔다. 특히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을 당시 머크는 해당 제품이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규제 대응 전략 수립에 긴밀히 협업했다. 또한 당시 국내 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확장되는 시점이었지만, 전문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머크는 주요 바이오텍들과 협력해 신규 인력 채용 시 직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등의 협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공정 개발 측면에서는, 송도에 설립한 머크 엠랩 협업 센터가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CMO(위탁생산) 생산 공정 다음 단계는 'CDO(Cont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위탁개발)'라 하는데, 이런 CDO를 발전(develop)시키는 과정에 있어서도, 엠랩 센터를 10년 전에 설립한 것 역시 CDO 공정 개발에 미리 필요할 것이라 판단한 결과였다. 머크는 현재 CDO 관련해 활발하게 협업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임상을 하기 위한 'CRO(Contact Research Organization)' 역시 활발히 발전 중이다. 머크는 CRO 임상 단계에서 여러 규제나 기술 관련해 지원한다. 이러한 단계에서 국내 기업들과 협업 관계를 맺어, 한국 바이오 산업 발전에 있어 전주기적으로, 즉 초기의 생산 개발이 현재의 CRO까지 발전하도록 하는 것에 기여했다. 이러한 역사에 머크가 기여를 계속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머크의 역량이나 제품 역시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머크는 이에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대형 바이오텍과 스타트업 간 기술 교류가 상당 수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텍인 바이오엔텍(BioNTech)이 협업을 통해 mRNA 백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초기 단계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와 글로벌 기업 간의 협력이 혁신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이러한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머크는 이를 반영해 국내 바이오 벤처와의 초기 단계부터의 협업을 확대하고자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을 운영하며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사진: 2024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 시상식. (왼쪽부터) 김용석 프로세스 솔루션 대표와 프로젠, 진메디신, 에이비온, 레나투스, 셀리아즈, 정지영 사이언스 앤 랩 솔루션 대표.


Q.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으로는 어떻게 한국 바이오 기업들과 어떻게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달라.

바이오 벤처 기업과의 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만약 제약 회사와 협업하는 경우에는, R&D 협업이나 기술 라이선스 공유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머크 역시 제약 사업 부문에서 이러한 활동을 일부 수행하고 있지만, 머크가 지향하는 핵심 목표는 바이오 벤처들이 보유한 유망 기술이 임상 단계는 물론, 상업 생산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기술적·운영적 역량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초기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는 지속적인 자금 흐름과 기술 홍보의 기회 부족이다. 실제로 많은 벤처 기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자본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장벽에 부딪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머크는 단순한 기술 발굴을 넘어,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과 산업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조명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머크의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작년 머크 공모전에서 '머크 그랜드 어워드(Merck Grand Award)'를 수상한 기업인 에이비온은 공모전 이후 대규모 기술 계약을 성사시켰다. 에이비온 측에서 머크가 자사의 기술을 먼저 알아보고 수상 기회를 제공한 점이 기술의 대외적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사내 구성원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기술 개발과 컨설팅뿐 아니라,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업계와 투자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시설 투자와 파트너십, 단순 비즈니스 넘어 글로벌 파트너로서 지속 가능한 기여 이어갈 것

Q. 장기 성장 파트너로서 한국 바이오 산업과의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해 머크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가?

현재 한국은 바이오 생태계(ecosystem)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바이오 생태계란 단순히 밸류체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학·연 그리고 정부 물론, 자금 측면에서는 벤처캐피탈과 규제기관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활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머크가 이 모든 역할을 단독으로 수행할 수는 없지만, 송도에 위치한 머크 엠랩 콜라보레이션 센터와 오퍼레이션 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학계, 정부, 투자기관 등과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선정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한국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머크는 초기 멤버로 참여해 기술 자문 및 문서화 지원 등을 제공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가 최종 유치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아일랜드에 위치한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교육기관인 나이버트(NIBRT) 사례가 있다. 한국 역시 이를 모델로 'K-나이버트'를 유치했으며, 머크는 이 프로젝트의 컨소시엄 창립 멤버로 참여해 현재까지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송도에 'K-바이오 랩허브'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랩 센트럴' 모델을 참고해,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공동으로 창업·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실험실 공간을 함께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한국에 구축하는 사업이다. 머크는 올해 개최하는 '2025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해당 랩허브의 인프라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국이 자립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머크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지속 가능한 기여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머크 본사 CEO 역시 이러한 활동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머크가 대전에 구축 중인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와 관련해서도 KAIST와의 산학협력을 비롯해 여러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시설 투자와 파트너십을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보지 않는다.

해당 지역과 국가의 기술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머크 본사부터 현지 직원까지 전사적으로 이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작 한국 내부에서는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종종 '한국은 선진국인데도 자신이 선진국인 줄 모른다'는 농담처럼 말이다. 글로벌 미팅이나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면 세계 각국은 물론 머크 본사의 CEO와 임원들 역시 한국을 매우 전략적이고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R&D 기능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러한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머크와 같은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특히 바이오 벤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며, 학계와의 긴밀한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머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대학 등 공공 부문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병행된다면 한국은 제조업에 이어 바이오 의약품 개발 및 바이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인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본시장에서도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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