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26 16:29최종 업데이트 22.09.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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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외국영리병원 유치법 발의...통과되도 영리병원 유치 미지수

의료계·시민단체 반대...의료민영화 가속화에 의료전달체계 왜곡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사법부가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도록 한 병원 개설허가 조건이 위법이라고 판단해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 수면 위 떠오른 가운데, 이번엔 강원도에 외국의료기관을 유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로 인해 의료민영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통해 외국영리병원 유치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도내 외국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제11조의3에 따라 국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을 제외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명시한 의료법 제33조2항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의해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이 강원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개설 가능한 외국 의료기관의 종류는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부터 종합병원급까지 가능하다. 

개정안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 심의를 위해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최종 개설을 위해선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도 받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 따르면 승인 받은 외국 의료기관은 국내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종사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도 전자의무기록을 외국어로 적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개정안에 따라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를 구성을 위해 연평균 780만원, 5년간 총 39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심의위 위촉위원에게 지급하는 수당만 따로 계산한 수치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2023년 6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는 자치조직권 확대 및 재정 확대 등 지위특례와 권한특례에 대한 선언적 의미만 담겼을 뿐이며, 구체적인 특례조항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에 국가첨단전략산업 및 관광·교육·의료산업 등을 강원도의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국회예산정책처


법안 통과되도 영리병원 유치 가능성이 미지수

​다만 앞선 제주녹지국제병원의 사례를 봤을 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영리병원이 유치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영리병원 설립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와 제주녹지 측은 법적공방을 거쳐 제주녹지 측이 최종 승소했지만 이미 녹지제주가 녹지병원 건물과 토지소유권을 국내 법인에 매각한 상태라 녹지병원이 재개설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상황이 이렇게 불확실한데 영리병원이 유치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로선 국내에 들어오고자 하는 외국 자본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당시 영리병원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원희룡 도지사는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다. 

반면 녹지제주는 이에 반발하며 개원을 연기했고, 제주도는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조항을 근거로 2019년 4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후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과 내국인 진료제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과 4월 대법원과 제주지법은 각각 녹지제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영리병원 개설과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하다는 판례가 나온 만큼 추후 영리병원 유치가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혜승 변호사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외국자본을 통해 영리병원을 만들고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하다는 판례까지 나온 상황이라 향후엔 영리병원 유치 가능성도 있다. 다만 내국인 진료 관련 판결은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가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민영화 가속화·의료전달체계 왜곡될 수 있어"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격양된 분위기다. 외국 의료기관 개설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의료민영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료민영화 등을 이유로 꾸준히 영리병원 개설을 반대해 왔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 2018년 당시 전국 16대 광역시도의시회장협의회는 회의를 통해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승인은 영리법인에 병원을 개설하고 그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 문제다.  의료인이 아닌 의료법인에 의료기관 개설권을 허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앞서 제주 녹지병원의 경우 영리목적을 제한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제한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강원도의 경우 진료제한 등 조건도 없다"며 "이는 의료민영화와 더불어 의료전달체계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이서영 기획국장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의료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의 모든 규제를 없애겠다고 주장해왔다. 강원도 외국의료기관 개설이 허가될 경우 의료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의료계에선 영리병원과 헬스케어 빅테크 자본이 결합해 의료민영화가 급속도로 추진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이서영 기획국장은 "향후 영리병원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개설 허가되기 시작하면 의료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게 될 여지가 매우 크다"며 "결국 헬스케어 빅테크 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이끌고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 의료데이터가 이들 기업에 의해 내부적으로 축적되고 거대 기업들의 수익모델을 위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승 변호사는 "영리병원 개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외국 의료기관도 건보법상 요양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그래야 건보법과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진료를 하고 상업화된 진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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