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와 약사 직역 간 갈등을 예고했던 ‘전문약사제도’의 윤곽이 공개됐다. 의료계가 우려했던 ‘약료’ 및 '지역약사' 내용이 빠지긴 했지만, 약사회는 애초 제도를 구상하면서 요청했던 주요 내용이 다수 빠지자 문제제기에 나서면서 의료계와 지속적인 갈등이 예고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전문약사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안)'과 '전문약사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하고, 예고 기간을 거쳐 4월 8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전문약사제도는 10여년 전부터 병원약사협회에서 주장해 온 제도로 10개 분과에서 민간자격증으로 운영하던 전문분야 약사를 국가공인 자격증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전문약사제도에서 의료계가 관심을 가졌던 배경은 전문약사 ‘약료’라는 용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실 ‘약료’라는 단어는 정의 자체가 없는 말이다. 하지만 약사회는 ‘약료’라는 단어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약사사회에서 통용된 단어로 진료와는 상관없는 명칭이라고 주장해 왔다. 약사회는 ‘약료’가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사가 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약료’라는 개념이 ‘진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등도 직접 보건복지부를 찾아 ‘약료’라는 표현이 의사 직능의 업무범위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복지부 안에서도 ‘약료’의 정확한 명칭 정의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입법예고에는 야예 ‘약료’ 단어가 삭제되면서 의협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의협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했던 ‘약료’라는 단어에 더해 지역‧산업 전문약사 부분도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복지부가 예고한 안에서 인정된 전문약사 과목은 총 9개로 ▲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영양 ▲장기이식 ▲종양 ▲중환자가 포함됐다. 다만 지역 약국 약사와 관련된 ‘지역사회약료’와 산업약사와 관련된 ‘제약기술’, ‘안전유통’은 빠졌다.
이 같은 복지부의 입법예고에 대한약사회를 포함한 지역약사회와 산업약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의 의지부족과 특정단체의 과도한 참견을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약사회는 “입법예고에는 기대와 달리 종합병원 근무약사를 제외한 약사 전체에 대한 전문약사 자격 취득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회는 “‘약료’라는 용어에 대해 특정단체의 삭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삭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최근까지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조차도 입법예고에 ‘약료’라는 용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가 특정 단체에 휘둘렸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기를 바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약사회는 지역약사와 산업약사가 빠진 데 대해서도 “지역약국 약사와 산업 약사는 물론 심지어 중소병의원 근무약사조차 전문약사가 되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한 엄연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문약사제도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약국을 개업한 개국약사가 아닌 종합병원급에서 근무하는 병원약사에 한정되긴 했지만 ▲내분비전문약국 ▲노인전문약국 등 9개 전문약사과목 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약료라는 단어가 빠지고 지역약국 약사와 산업 약사가 빠졌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다. 전문약사제도 자체는 엄연히 의사의 진료 영역침해이며,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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