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비뇨기과 개원의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직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지만 의사협회는 유족들을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26일 안산의 비뇨기과 원장 자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앞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부터 올렸다.
그러면서 추무진 회장은 "최근 안산 A원장 자살 사건을 비롯해 불합리한 현지조사 및 심사제도로 인해 회원들의 피해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전달하고자 오늘 손명세 심평원장과 만나 제도 개선사항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안산의 비뇨기과 개원의가 왜 자살했는지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추무진 회장은 기자가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의협 차원에서 유족을 면담했는지 묻자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산시의사회는 개원의 자살과 관련, 20일 복지부의 강압적 현지조사가 자살의 원인이라며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이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22일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도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반쪽짜리 성명서를 발표하고 말았다.
당시 의협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유관기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단 현지확인 시점부터 복지부 실사 과정 전반에 걸친 상세한 경위와 절차 등을 상세히 재조사해 공개하고, 조금이라도 과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에 대해 철저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등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고 요구했다.
유족을 만나지 않다보니 다소 뜬구름 잡기식 성명서를 발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협은 이날 심평원장과 만나 7가지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제도 개선방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개원의가 왜 자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살과 현지조사가 연관관계가 있는지 'fact check'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평원과 만나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기자가 "개원의들은 현지조사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의협 차원에서 대응 매뉴얼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매뉴얼을 만들면 그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의협 반론…"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27일 '안산 회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오고 있다'는 반론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의협은 20일 비뇨기과 원장 사망과 관련한 안산시의사회의 성명서 발표 다음날 김두식 심평원 급여조사실장이 의협을 내방했고, 이 자리에서 추무진 회장이 "요양기관에 현지조사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고, 조사를 할 때 의협이나 지역의사회 관계자가 배석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조사를 거부할 권한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유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협신문 기자의 유족 인터뷰 등으로 상세히 파악하려고 노력했다"며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의협은 "이같은 허위 왜곡보도로 의사사회에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켜 안타깝다"면서 "안산시의사회와 비뇨기과의사회는 의협 산하조직으로서 협회와 구분해 경위 파악 여부를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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