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19 13:29최종 업데이트 21.12.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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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외과의사 절반 이상, 승진시 불이익 등 남성의사로부터 성차별 경험

중앙대병원 외과 이승은 교수팀, 외과학회 회원 400명 대상 성차별 인식도 조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성 외과의사의 63.6%가 남성 외과의사로부터 성차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자와 간병인으로부터 차별이나 불이익을 경험한 여성 외과의사는 80%에 달했다. 이들은 리더십 위치 획득과 승진 등 분야에서 가장 큰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중앙대병원 이승은 외과 교수와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은 13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한국 외과의사들의 성차별과 평등에 대한 경험과 인식'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한외과학회 회원 400명(남성 70.7%, 여성 29.3%)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성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여성 외과의사는 여러 차별 범주에서 남성 외과의사에 비해 성차별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외과의사와 비교해 여성 외과의사의 나이는 46.8세 대 39.5세로 더 젊었고 실무 경험도 21.8년 대 14.2년으로 더 적었다.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펠로우 또는 비정년 교원인 경우가 더 많았다.
 
남성 의사들 대부분은 간담도, 췌장과 대장, 직장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여성 의사들은 유방, 갑상선, 내분비 수술에 전체 여성 의사의 41%가 집중돼 있었다.
 
성차별 경험과 성차별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사진=Experiences and Perceptions of Gender Discrimination and Equality among Korean Surgeons: Results of a Survey of the Korean Surgical Society, JKMS.

성차별 경험의 차이도 많았다. 여성 외과의사는 남성에 비해 환자 또는 간병인으로부터 무례한 경험을 했다는 비율이 80%나 됐고 남성 동료에 의한 성차별 경험도 63.6%에 달했다. 이외 간호사나 기타 직원으로부터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은 경험은 55.5%, 조직 내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나 관계에서의 차별 경험은 50%였다.
 
차별 항목에선 리더십 위치 획득과 승진에서 가장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여성 외과의사의 87.9%가 리더십 위치 획득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고 남성군에선 55%에 그쳤다. 또한 승진의 경우 여성의 79.4%, 남성의 27.9%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더 나은 성과를 내야 남성 외과의사와 동등한 성과 평가를 받는다고 답한 여성도 79.4%에 달했다.
 
성차별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인식도 갈렸다. 남성 외과의사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 능력 및 활동의 차이'(57.3%)와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수행 장애'(51.8%)가 가장 많은 답변인 반면 여성의 경우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수행 장애'(68.7%)와 '남성 외과 의사에 대한 일반적 편애'(65.7%)가 성차별을 부추긴다고 답했다.
 
성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에 대해서도 남성 의사는 '여성 외과의가 출산휴가 시 대체자를 데려온다'(62.8%)와 '외과 의사의 일-가정 양립의 필요성 인식'(51.4%)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은 반면, 여성 의사는 '남성 중심의 의료 문화 개선'(55.6%)과 '외과 의사의 일-가정 양립의 필요성 인식'(49.5%) 순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수술 분야에서의 성차별 경험과 인식을 고찰하기 위한 국내 최초의 시도"라며 "연구결과는 성별 임금 격차, 역할 모델과 멘토의 부족, 성별 편견 등 문제를 지적한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또한 주류 남성 외과의사들의 성차별 인식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도 만연한 성 편견과 차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진은 "여성 외과의사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차별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현장에 더 많은 여성을 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남성 외과의사들의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공감대 형성이 긍정적 변화에 시작이며 차별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과 절차의 개선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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