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던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 추진이 9월 정기국회에서 재논의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주최, 보건의료혁신포럼·대한간호조무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바람직한 간호인력 역할 정립과 상생방안 정책토론회’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역할 정립, 법정단체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전국에서 모인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패널 토론에 참여한 의료계, 보건복지부는 단체 간 이견이 많은 사안이기에 상생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사·간무사는 분업 관계...협회 법정단체 돼야”
신희복 보건의료혁신포럼 정책위원장(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의료법상 간호 인력의 역할에 대해 분석하며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현재 의료법 제80조 제2항은 ‘간호사는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를 보조해 제2조제2항제5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간호조무사는 제3조제2항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간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간호사를 직접 보조하는 것에 국한된 의미가 아니다”며 “간무사의 ‘보조’는 직종 간 상하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 업무의 역할 분담이라는 분업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정책위원장은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의 간무사 정원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간무사가 간호사 정원의 일부를 대체하는 경우는 각각 별도정원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간무사에 의한 간호사 정원 대체가 문제라는 주장은 오류다. 법적 업무에 대한 법리적 해석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없다”며 “각종 기관에 간무사가 간호사 정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도록 한 것은 적정 간호의 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정책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조무사협회가 활동경력, 회원 수 측면에서 간무사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정책위원장은 “올해 7월 31일 기준 현재 간무협 회비납부자 수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적으로는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임의단체에 해당한다”며 “간무협은 간무사를 대변하는 법적 대표성을 갖는 법정단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법정단체 추진에 대해 간호협회가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간호사와 간무사는 법적 근거가 다른 직종이다. 간협이 간무사의 권익까지 대변할 권한이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간협과 간무협이 각각 직종을 대변하는 법정단체로 돼야 직종갈등 문제가 공개적이고 공정한 영역에서 논의되고 합리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간호사·간호조무사 상생 방안 핵심...간호 인력난 대책 마련도 촉구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간무협 법정단체화 문제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상생 방안 마련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간호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운 부회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간호사 직책과 이를 보조하는 간무사 역할이 현재 의료현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고 있다”며 “간호는 두 종류의 직책이 아니다. 간호 보조와 간호는 환자를 간호하는 입장에서 한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의 현실에 대해 정책당국이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정책의 상당 부분이 좌지우지된다. 현재 이러한 부분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진행하니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의료서비스 향상 의도로 시행됐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며 인력 한계를 드러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정단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법정단체가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권리라는 것이 주어지면 의무도 따라 온다”며 “법정단체가 되면서 간무사 역할이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무협 법정단체화가)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방안이라면 동의한다”며 “그러나 혹시 국민건강에 반하거나 잘못된 상황으로 갔을 때, 그때는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간협이 간무협과 상생하면서 함께 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완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완 정책이사는 “간호 인력 간 역할 정립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며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이 간무사 정원 규정, 지방 중소병원에 한해 간호사·간무사 인력 구성 조정 등을 위해서는 간무사 업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병협은 지난 4월 ‘의료인력 수급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간호 인력 등 의료 인력 수급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 정책이사는 “간호 인력 업무 범위 관련 논의 구조를 마련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무사 정원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며 “간무사 법정단체화는 관련 단체 간 이견이 있는 부분으로 국민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방향성 공감하지만 논의 더 진행해야”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간무협 법정단체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다양한 쟁점이 얽힌 사안이기에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호준 과장은 “현재 국회에 (간무협 법정단체화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정단체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법정단체화는) 책임의 명확화, 인권 보호, 권익 증진 등의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다만 법 기술 방식에 의견이 다른 듯하다”며 “국회에 법이 계류 중이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간호조무사의 의료법상 역할에 대해 손 과장은 “쟁점이 의료법 개정을 통해 조금씩 법적으로 반영돼왔다”며 “논란이 있었지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법 개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간무사의 업무 범위와 관련해서는 시행규칙에 명확히 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는 더욱 어렵다”며 “대략적으로 규율돼 있으나 더 명확하게 하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까 고민이다. 현행법 체계 내에서 현실에 맞게끔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의료법 내 정원은 법의 목적에 맞게 구성된다”며 “보다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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