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업체가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료폐기물을 제 때에 수거해가지 않아 의사들이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료폐기물을 의료기관에서 15일 이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의사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의원협회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춘계 심화연수강좌 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료폐기물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의료폐기물은 보통 의원이 수집운반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거를 요청할 때 수거를 해간다. 수집운반업체는 소각업체에 주면 소각업체가 이를 소각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담합행위를 통해 수거를 미루면서 가격을 인상하거나 다른 업체로 이관을 못하게 막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의원협회는 지난 2016년 수집운반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담합 행위를 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의원협회는 “수집운반업체나 소각업체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수거비용을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할당 등 담합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이 다른 수집운반업체로의 이관이 불가능한 상태다. 소각업체가 수집운반업체를 통해 신규 병의원의 신규 신청을 받지만, 다른 수집운반업체를 이용하던 병의원 이관 신청은 거부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의원협회는 “소각업체는 당시 영업물량계획 재입안과 영업정책 수립을 위한 물량 전수조사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미 전수조사가 끝난지 몇 년이 지났을 시점에서도 이관 신청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송한승 회장은 “수집운반업체가 일방적으로 수거비용을 인상했지만 다른 업체로 이관이 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라며 “의료기관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비용 인상 외에 업체들 횡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폐기물을 제 때에 수거해가지 않아 의료폐기물이 쌓여서 업체에 불만을 제기하면 다른 업체로 옮기라고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이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폐기물이 수거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 감염 위험 노출 등 심각한 위험이 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의원협회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폐기물 문제 처리에 대한 행정부의 무관심과 대책 부재에 있다고 해석했다.
송 회장은 “의료폐기물 문제에 대해 환경부와 복지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폐자원관리과 주무관 1명이 지정폐기물에 관한 업무를 겸해서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로 인한 주변지역 영향 등 운반과 소각과정에서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송 회장은 “의료폐기물 문제는 국민 보건과 관계된 문제라는 점에서 복지부도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환경부가 환경적인 영향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보건과 관련한 범위 내에서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복지부는 주무부처가 환경부라면서 방관만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라며 "현재 의료폐기물 문제에 대해 어떤 현황 파악이나 대처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의원협회는 환경부와 복지부에 대해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2013년 15만4718톤, 2014년 17만1717톤, 2015년 20만3261톤 등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처리 시설의 증설과 배출량 증가에 따른 장기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송 회장은 “의원협회가 공정위를 통해 의료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담합 등의 행위는 증거확보가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의원협회가 폐기물을 제 때 처리하지 않는 업체들의 문제를 공론화한지 2년 이상 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이 그대로인 것은 환경부와 복지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보건과 관련된 이상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환경부와 협조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폐기물은 각종 감염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폐기물보다 우선적인 수거와 소각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위험성이 거의 없는 기저귀 등의 일반 쓰레기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있는 등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라며 “처리 시설 증설과 함께 의료폐기물 자체의 범위 설정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의료폐기물 처리를 제 때 하지 못한 책임은 의료기관이 아니라 이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수집운반업체가 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필요하다면 수집운반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의 일부를 보건소가 행사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환경부와 복지부가 진정성을 갖고 의료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도 최근 의료폐기물 제도 개선 건의서를 환경부에 전달했다. 건의서는 △의료폐기물 분류기준 단순화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소각처리업체 확대 △의료기관 내 ‘자가멸균분쇄시설’ 설치 허용 △의료폐기물 보관기관 자율성 보장 △의료폐기물 지도·감도 개선 △의료폐기물 관련 교육 등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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