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킨적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 '벌금형' 선고 받은 의사…뒤늦게 정식재판 청구해 판결 뒤집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본인은 한 적도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혐의로 하루아침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사가 뒤늦게 정식재판을 청구해 누명을 벗었다.
해당 사건은 본인이 봉직의로 근무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 의원 이사장의 부탁으로 사실확인서에 서명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모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의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인 A씨은 2018년 5월 경 해당 의료생협 이사장의 딸이자 팀장이라는 직책으로 십수년 간 재직 중인 비의료인 B씨로부터 이틀 전 본인이 환자에게 주사 시술을 했다는 보고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B씨는 A원장에게 "실은 이틀 전 환자분이 왔고, 시술을 받고 싶어 해서 (내가) 윤곽주사를 놔드렸다. 시술 부위가 살짝 부어오른 상태인데, 환자의 남편분이 주사 성분을 알고 싶어 하니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A씨는 본인이 B씨에게 지시한 적은 없지만 담당 의사가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질 것 같고, B씨가 곤란할 것 같다고 생각해 B씨의 부탁대로 해당 시술을 본인이 지시한 것처럼 이야기하며 환자에게 주사 성분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후 환자 측이 관할 보건소에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고, 보건소 측이 해당 의원에 현장 조사를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진료실에서 근무 중이던 A씨는 담당 공무원은 보지도 못한 채 이사장이 시키는대로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했고, 그 뒤로 관할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을 위해 경찰서로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자 이사장은 A씨에게 "딸에게 의료생협 이사장 직위를 물려질 예정인데 이번 일로 처벌을 받으면 곤란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사건은 A원장이 지시한 것으로 하자"고 요청했다.
또 환자에게 주사 시술을 한 사람을 제 3자인 간호조무사 C씨로 진술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A씨는 이사장이 하는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렵고, 앞서 보건소에서도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했기에 갑자기 입장을 번복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지시로, C간호조무사가 시술하게 됐다'라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진술로 A씨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의 변호인 측은 A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구체적으로 변호인 측은 "무자격자인 B씨가 상담을 받은 뒤 1~2분만에 바로 시술이 이루어졌으며, 중간에 B씨가 A원장이 근무 중이었던 진료실에 잠깐 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기 위해 들어갔다 나온 사실은 없었다"며 "시간적 간격으로 보아 그러한 보고 및 지시가 이루어졌으리라는 가정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최초 신고인인 환자 측의 증언 등을 인용해 적극 증명했다.
또 변호인 측은 이 사건 의원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생협으로, 의료인이 개설하는 통상적인 의료기관과는 달리 비의료인인 이사장이 조합을 운영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구조적인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단순 봉직의사에 불과했던 A원장으로서는 해당 의원의 비급여 진료수익 등을 파악할 수 없고,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묵인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최근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B씨 대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된 간호조무사 C씨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씨 측 변호인을 맡은 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는 "사실확인서의 법적 효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요청에 따라 섣불리 서명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사건은 뒤늦게나마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정식재판에서 사실확인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증언 및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다퉈 뒤집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보건소의 사실확인서에 서명하고 그대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행정처분으로 연계될 수 있기에 유사한 사례에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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