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연구 실적 50% 선까지 감소, 임상시험도 위축…"의학의 질 저하, 수습하기 쉽지 않을 것"
JKMS 유진홍 편집장(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유진홍 감염내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이후로 매주 발행해야 하는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 투고 수가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커녕 과도한 업무량으로 번아웃이 온 교수들로 인해 지난해부터 의학 연구 실적이 대폭 감소하면서 국가 의과학 수준의 쇠퇴까지도 우려해야하는 지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한의사협회 계간의료정책포럼에 JKMS 유진홍 편집장(가톨릭대 의과대학 유진홍 감염내과 교수)가 시론을 통해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 의학 연구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유 편집장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국내 저자 논문 투고량이 감소해, 2023년도와 비교해 논문 게재 양이 2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더 무서운 사실은 이건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2024년에 투고 되고 실은 논문들 대부분은 의료 혼란이 시작되기 전에 작성된 것들이다. 교수들이 기존에 작성해 투고한 논문인데 다듬기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동료 평가 심사를 할 시간 여유가 없어서 전반적으로 늦어지면서 빚어진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사직이 본격화된 이후로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교수들이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논문을 쓰기는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2024년 11월에 시행한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대 병원 교수들이 의학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은 종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저자 부담 게재료가 수입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오픈 엑세스(open access) 학술지인 JKMS는 억대의 수입 감소로 이어져 학술지 경영에까지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유 편집장은 "논문 한 편을 작성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대략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 JKMS만 놓고 보면 비록 유의하게 양이 줄었어도 현재 꾸준히 논문들이 들어오긴 한다. 2024년까지는 매주 5~7편씩 논문을 실었었지만, 이제는 매주 3편씩 싣기도 벅차다"고 현실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학계에서는 2025년 중·후반, 늦어도 2026년부터는 투고 논문이 뚝 그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유 편집장은 이러한 논문 감소는 그만큼 의학 연구가 위축됨을 의미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2024년의 경우 각 대학별로 연구 실적의 대폭 감소로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2024년 8월을 기준으로 각 의과 대학별로 보면 최악의 경우 97.1%까지 감소한 학교도 있으며, 전반적으로 50% 선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편집장은 "의료진의 연구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 더해서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병원들이 진료 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환자를 줄이면서 임상시험 또한 위축된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의 국제 임상 시험에 있어 정상급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 차질이 생기면 다국가 임상 시험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는 사례들이 자꾸 생겨날 것이다. 이는 국가 의과학 수준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계 생태계 파괴 사태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의학의 미래가 어떨지 깊이 우려된다"며 "나아가 이미 생태계가 한 번 깨졌기 때문에 수습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 의료대란이 대한민국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까이는 이공계의 교란, 더 나아가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