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22년 8월 15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인구수 대비 확진자 수 비율은 덴마크가 56.15%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감염된 국가로 등극했고, 이어 오스트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이스라엘이 50%가 넘는 국가들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어느 순간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41.5%를 기록해 팬데믹 초기에 국가가 마비된 것처럼 보이던 영국이나 이탈리아의 35% 대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망률은 낮게 유지하고 있지만 감염력은 여전히 높고, 쉽게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이 시점에서 점점 무기력감이 커져만 간다. 이런 측면에서 면역을 강화하면 코로나19에 덜 걸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다.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져 한 번 근거를 찾아보기로 했다.
코로나19와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논문들
'코로나19(COVID-19)'와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해 보면 지난 2~3년간 발표된 것이 무려 200여개나 검색된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그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한 손으로 꼽을 만큼 몇 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간된 대부분 논문은 '기존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강화 능력이 있으니 코로나19감염에서 이런 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다'라고 기술한 종설에 불과하고, 심지어 한국 전통식품의 항바이러스 효과와 호흡기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놓은 종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급기야 '코로나19에서 장내미생물을 목표로 하는 치료: 과대광고인가 희망인가? (Targeting the Gut Microbiota in Coronavirus Disease 2019: Hype or Hope?)'라는 제목의 논평까지 등장했다.
과연 그 답이 과대광고인지 사실인지 현재까지 보고된 내용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수행된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가 가장 강력한 근거이므로 인간 대상 연구로만 국한해 보자.
프로바이오틱스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가?
벌써 몇 년간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예방의 경우는 위약대조 연구는 고사하고 아예 예방에 대한 연구 자체가 드물어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 그나마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3개월간 복용시키고 코로나19백신 항체 형성이 더 잘 되는지 알아본 연구에서 예방효과 유무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는데,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군이나 복용하지 않은 군 모두에서 코로나19 감염은 유사하게 발생했다. 즉 감염 자체를 낮추지 못했고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률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백신을 맞고 감염도 있었던 환자들만 분석해 보면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군에서 면역글로불린 G가 유의하게 높은 것이 확인돼 특정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면역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일반 감기나 인플루엔자 연구에서도 시험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이나 운동선수 같은 특정 집단에서 예방효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코로나19 감염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한 연구도 겨우 2개가 보고돼있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해 산소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 즉 어느 정도 증상이 심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모든 환자에서 7일 이내에 설사가 호전된 반면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은 약 65%에서 여전히 설사가 지속됐다. 설사 외에도 발열, 전신무력감, 몸살, 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도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군에서 더 빠르게 호전됐다. 사실 이 논문을 보면서 놀란 점은 투여된 프로바이오틱스 균수가 8000억씩 3번, 즉 무려 하루 2조 4000억이라는 엄청난 양이란 점이다.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많이 주면 뭐라도 변화가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멕시코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환자들이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증상과 바이러스 양이 빨리 감소됐고 항체 형성률도 더 높았다.
또 다른 형태의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 투여시 면역반응에 대한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홍콩 연구자들이 코로나19 환자와 정상인의 장내미생물 다르다는 것을 보고했던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연구 저자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감소된 균 중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투여할 수 있는 균을 하루 1000억씩 투여해 본 결과, 항체 형성이 증가하고 염증 마커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예방은 그다지, 치료에는 어느 정도 도움
이렇게 살펴보니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만 잔뜩 들어있는 종설이 아닌, 실제 효과를 증명한 연구는 3-4편에 불과해 코로나19에 대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역할을 단언하기는 어렵겠다. 어쨌거나 코로나19 감염은 장내미생물총 이상을 유발하므로 이를 목표로 한 치료가 충분히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장내미생물총 불균형과 점막투과도 증가로 인해 염증반응이 일어나지만, 식이요법,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등으로 장내 미생물총을 정상화시키면 점막투과도가 정상화되고 염증이 감소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감염 자체를 막기는 어렵더라도 치료에는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림) 다만 임상 연구에서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효과가 증명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균으로 구성된 제품이 동일하게 효과적일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앞서 논문 제목의 Hype를 '사기'라고까지 번역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설명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근거 수준 높은 연구가 많아져 팬데믹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대광고'가 아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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