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25 07:14최종 업데이트 22.06.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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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위식도역류질환, 그리고 식이

[칼럼] 대한소화기기능학회 식비대연구회, 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표 교수·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김용성 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⑫식도염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⑬포드맵(FODMAP) 음식 그것이 알고싶다
⑭만성변비, 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⑮비만과 위식도역류질환, 그리고 식이

[메디게이트뉴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집콕(집에 콕 박혀있다) 생활이 늘면서 직면하게 된 의외의 건강문제는 바로 비만이다. 비만은 다양한 대사 질환, 근골격계 질환들과 연관돼 있지만, 소화기 질환과도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화기내과에서도 코로나의 영향을 비만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비만과 연관된 것으로 잘 알려진 소화기 질환으로는 담석증, 식도샘암종, 바렛식도, 분문부위암, 대장암, 비알코올성지방간, 위식도역류질환, 탈장 등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쉽게 영향을 받은 질환이 바로 위식도역류질환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비만과 위식도역류질환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체중 조절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식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과연 비만은 위식도역류질환을 증가시키는가?
그래픽=조원균 디자이너 

비만도를 체질량지수, 즉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kg/㎡)을 이용해 분류하는데 서양의 경우는 30 이상부터 비만이지만 한국인에서는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23이상~25미만은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비만도에 따라 위식도역류질환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알아본 연구는 서양에서 먼저 보고됐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0 이하면 위식도역류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오히려 낮아지지만 심한 비만인 35 이상에서는 2.93배로 증가했다. 이와 유사하게 유럽의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가 증가할수록 역류 증상이 증가했고 먹는 습관보다 비만도가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비만한 사람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이상 발생위험도가 높아졌는데, 특히 여자는 6.3으로 더 높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보다 복부비만, 즉 허리둘레가 크면 클수록 위식도역류질환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됐다. 체질량지수는 관계 없고 허리둘레에만 비례해서 역류증상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런 상관성은 백인 남성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서양인에서 관찰됐던 비만과 위식도역류질환의 관계가 한국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까? 

한국은 위내시경을 워낙 많이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건강 검진자를 대상으로 비만도와 위식도역류증상과 내시경으로 관찰되는 역류성 식도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들이 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체질량지수나 복부 비만 모두 위식도역류 증상보다 미란식도염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복부비만 자체나 내장지방의 면적이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역시 배가 나오는 것이 가장 나쁜 건강의 적이라는 것이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그러면 비만은 어떻게 위식도역류질환을 일으키는 것일까?

비만이 위식도역류를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지만, 식도열공탈장, 복압의 상승, 식도의 운동 및 감각이상, 호르몬 불균형, 고칼로리 및 고지방식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식도열공탈장이란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텐데 쉽게 말하면 횡경막 아래에 있는 위식도 연결부위가 흉강쪽으로 올라오면서 하부식도 조임근이 헐렁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조임근이 헐렁해지면 위에서 식도 쪽으로 역류가 증가된다.

과체중인 경우에도 식도열공탈장이 2.5배로 증가하는데, 비만한 경우는 4.2배까지 발생위험도가 증가한다. 또 늘어난 복강 내장 지방 때문에 복강내와 위 주변의 압력이 증가하는 것도 역류가 쉽게 일어나는 원인이다. 비만도나 클수록, 그리고 허리둘레가 커질수록 위와 식도 압력의 차이가 커지고 식도열공탈장의 빈도도 증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위에서 식도로 쉽게 역류하게 된다.  

하부식도조임근은 음식을 삼킬 때만 열리고 평상시에는 위에서 식도로 역류가 되지 않도록 닫혀있다. 그런데 생리적으로 정상 상태에서도 가끔 조임근이 열리는 이완이 발생하는데 이를 '일과성 하부식도조임근 이완'이라고 한다. 일과성 하부식도조임근 이완이 비만도가 클수록, 그리고 허리둘레의 증가할 수록 식사 후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임상연구에서 확인돼 비만시 위식도역류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식이습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칼로리와 지방성분이 모두 비만과 연관된 역류발생에 기여한다. 일단 먹은 음식의 영양성분에 관계없이 섭취한 총 칼로리가 많을수록 식도로 산이 넘어올 위험성이 증가한다. 또 지방 성분의 음식을 먹는 것 자체는 칼로리와 관계없이, 즉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역류증상을 증가시킨다. 
 
그림=비만이 위식도 역류를 일으키는 다양한 기전들(출처 Nadaleto 등, Surgery 2016)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배달음식만 먹었더니 살이 찌고 역류증상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나요?" 

비만 때문에 역류 증상이 생겼다면 당연하게도 정상체중이 될 수 있도록 살을 빼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 0.5 감소에 비해 3.5이상 감소하는 것이 유의하게 역류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실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흥미롭게도 비만이 될 정도가 아니더라도, 즉 정상 체중 범위 내에서 체중이 증가한 경우에도 위식도역류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살이 찌고 배가 나오면서 역류증상이 생겼다면 비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2020년 소화기기능학회가 발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임상 진료지침 서울 합의문'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진단된 환자의 위식도역류질환 증상 개선을 위해 체중 감량을 권장했다.

두번째로는 역시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위식도역류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사의 양, 종류 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식후 자세도 중요하다. 이것은 꼭 비만으로 위식도역류가 생긴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위식도역류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보는 대한소화기기능학회 식이설명서를 참조하면 된다. 

식이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권고하는 것은 과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비만환자들의 경우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고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위가 팽창돼 역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도 저녁식사나 회식 때 과식을 하면 역류를 쉽게 경험한다. 하부식도조임근을 약하게 해서 위식도 역류를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파악해서 피하는 것도 중요한데 초콜렛 같은 고지방 식이와 커피 같은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가 대표적이다. 

커피는 각 브랜드마다 카페인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예민하게 역류가 발생하는 경우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고 마시는 것이 좋다. 가끔 갑자기 심하게 역류가 발생한 젊은 환자들이 왔을 때 물어보면 바리스타 자격증 준비를 하느라 하루에 커피를 10잔이상 마셨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커피와 지방이 포함된 우유를 같이 마시게 되는 카페라떼는 이론적으로 더 나쁠 수도 있다. 

위식도역류에서 증상을 일어나는 것은 위산이 넘어와 자극을 하기 때문인데 비슷하게 산성음식을 먹으면 불편감이 유발된다. 감귤류 또는 파인애플, 포도 같은 신 과일이나 토마토 관련 식품들이 그 예이다. 탄산음료도 위를 팽창시켜 역류를 조장한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식도역류가 잘 일어나는데 식후 3시간 이내에는 눕거나 수면을 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심한 경우 자다가 역류된 위액이 기도까지 넘어가 기침을 하며 깨기도 한다. 

평상시 야간 역류로 자주 깬다면 자기전 약물투여로 증상을 조절하거나 상체를 올리고 좌측으로 누워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여느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술 담배는 위식도역류질환에서도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약물이나 운동, 식이로 해결이 안되는 고도비만 환자라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비만수술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현재는 비만 치료를 위해 외과적 수술뿐만 아니라, 풍선삽입술을 포함한 다양한 내시경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살이 찌는 것 때문에 위식도역류가 늘어났는데, 코로나가 주춤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 또 다른 상황으로 역류가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 

"그동안 못하던 회식을 하기 위해 저녁에 모여 삼겹살로 배가 터질만큼 먹고 술까지 거나하게 마신다. 영업제한시간이 없어졌으니 자정까지 먹고 마시다가 마무리할 때쯤 더부룩해 콜라도 한 잔 마시고 술을 깬다면서 식당에 준비된 믹스커피도 마신다. 그리고 집에 와서 바로 드러누워 잔다."

이런 상황은 위에 설명한 위식도역류 악화 요인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이 생활 습관만 주의해도 역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코로나 시기를 건강하게 이겨 나가보자.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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