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상의학회 최준일 정책이사 "부산은 영상의학과 교수 30~40%가 사직…영상의학과도 필수의료로 인정해야"
대한영상의학회 최준일 정책연구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방 대학병원들에선 인기과인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대거 이탈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료 차질은 물론이고 지도전문의 수 기준을 맞추지 못해 전공의 정원이 감축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최준일 정책연구이사(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CR2025 기자간담회에서 “비수도권 대학병원에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주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이사에 따르면 의정사태 이후 부산에서만 영상의학과 교수 30~40%가 사직하고, 수도권 대학병원이나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지역내 병원으로 옮겼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도 복부를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교수가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흉부 분야의 경우 아예 교수가 없는 대학병원들도 많다고 한다.
인력난은 진료는 물론이고 전공의 교육에까지 차질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이전보다 전공의 정원이 비수도권에 더 배정되면서 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에 따르면 비수도권 병원 중 지도전문의 수 기준을 채우지 못해 전공의 정원이 감축된 병원도 2곳이나 된다.
최 이사는 “지방의 대학병원들은 교수진 구성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교수들은 다 그만두고 있는데 기존보다 전공의 정원은 더 배정되고 있어서 학회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수도권 순환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학회는 영상의학과도 ‘필수의료’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기존에 전문과목을 기준으로 필수의료를 분류하는 방식을 벗어나, 질환과 상황에 따라 필수의료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영상의학과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수가 인하가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영상의학과가 인기과라서 필수의료가 아니라는 식의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며 “해당 과에서 하는 의료행위가 필수인지를 봐야 한다. 영상검사를 빼고 중증, 응급환자를 볼 순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인기과라고 하지만 일부의 얘기고,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인력이 없고 제대로 검사가 불가능하다면 의학적으로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계속 수가를 인하하고 핍박을 하게 된다면 현대의학의 인프라인 영상의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회는 ▲암∙중증외상 등의 분야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필수인력으로 명시 ▲응급 및 야간 판독 수가 인상 ▲CT 검사에서 판독료와 촬영료 분리를 통한 적정한 의사 인건비 보장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학회는 ‘지역완결형 영상센터’ 도입도 제안했다. 각 지역별로 별도의 영상센터를 두고 1, 2차의료기관이 판독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재원 낭비를 막고 의료 질 관리 제고도 도모하자는 취지다.
최 이사는 “정부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선 CT나 MRI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특수의료장비 설치와 검사량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학회는 지역별 센터를 통해 이 같은 목적을 충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학회는 센터 설치가 영상장비 설치 제한에 따른 환자 유출을 우려하는 개원가들의 걱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이사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은 “대형병원들만 영상 검사 장비를 갖추게 되면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검사를 위해 큰 병원에 환자를 보냈다가 환자를 다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역마다 영상센터가 있으면 의원들의 의뢰를 받아 판독을 해줄 수 있고, 큰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 나올 경우 환자들이 기존 의료기관에서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