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1.09 07:43최종 업데이트 17.01.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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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를 믿지 못하는 세상

강제입원이나 시키는 인권 유린자인가

[칼럼] 서산굿모닝의원 박경신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병원 앞에 경찰차와 119가 환자를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 환자를 보니 알코올 중독이다. 자의입원을 권유하니 환자는 입원하지 않겠다고 한다.
 
강제입원을 시키려고 환자의 아내에게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환자도 간신히 데려왔는데 그럴 경황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병력을 청취해 보니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했고, 지난해에도 도박으로 천만 원이나 빚을 져 환자의 아내가 갚았다고 한다. 여기에다 도박을 하기 위해 사채를 쓰고, 돈을 갚으라고 술만 마시면 아내에게 폭행을 일삼았다.
 
몇 주 전 경기도 북부지역 검찰은 환자 보호자가 입원에 필요한 서류를 당일 구비하지 않았음에도 입원시킨 것을 문제 삼아 정신과 의사 30여명을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만약 필자가 환자 보호자가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지 않았는데도 알코올 중독 환자를 입원시키면 환자 인권을 유린한 파렴치한 정신과 의사가 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폭행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하고 환자와 그의 아내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환자 보호자는 울기만 하는데 환자는 의기양양했다.
 
토요일인데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컴퓨터 관련 서류를 다운받으면 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계층에서는 컴퓨터도, 공인인증서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울면서 돌아가는 환자의 아내가 내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정신과 의사를 강제입원이나 시키는 인권 유린자로 보는 세상이다 보니 가능하면 안시키려 한다.
 
환자의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는 환자 가족은 인권이 없는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무슨 잘못이 있는가?
 
정신과 강제입원시 성인 환자의 경우 본인이나 친족 외에 의무적으로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도대체 가족도 아닌 누가 거기에다 사인을 해주겠나.
 
정부에 간절하게 당부한다. 인권 선진국들처럼 사법 입원으로 하자. 판사에게 가서 입원 허가증을 가져 오면 정신과 전문의가 한 번 더 확인한 후 입원시키자.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들어가는 1인당 비용이 연간 2500만원이다. 그런데 의료급여환자가 1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1500만원이 채 안 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보다 못한 게 현실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데 그걸 믿지 못하는 세상이다. 술이나 마셔야겠다. 이러다 필자가 알코올 중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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