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25 14:49최종 업데이트 25.08.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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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 '블랙리스트' 사직 전공의, 피해자 처벌불원서 받았지만…법원 "의사면 다 감싸는 동료의식은 조폭"

6개월 이상 수감생활 하며 140개 이상 반성문 제출, 피해자와 합의 후 불처벌 탄원서 받아

탄원서 미작성시 또 의료계 내 비난 대상될 수 있어 탄원서 작성했을 가능성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법원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명단을 게시한 혐의로 영상의학과 사직 전공의 류 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가운데, 당시 피해자들이 류 씨와 합의해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법을 저질렀어도 의사면 다 감싸야 한다는 비뚤어진 동료의식은 조폭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류 씨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해외 사이트에 게시했다. 

이에 해당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류 씨에세 징역 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25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을 보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류 씨는 2024년 11월 자신이 명단을 올린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이후 6개월 이상 수감생활을 하면서 140개가 넘는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도 받았다. 

당시 반성문에서 류 씨는 "피해자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압박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익명이 아니라면 하지 않았을 끔찍하고 무서운 일들을 했다. 당시에 타인에 대한 존중이 마음 속에 확고했다면 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또한 그는 "의사라는 직업에 먹칠을 한 것 같아 부끄럽고 참담하다. 당시 주 80시간씩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일하던 전공의들을 언론에서 돈벌레 취급받는 것에 화가 많이 났다"며 "타인에 대한 존중을 잊었기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분노 감정에 가득차서 비논리적인 편향을 갖고 선을 많이 넘게 됐다. 출소 후 새로운 사람으로 살며 다신 부끄러운 잘못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작성한 처벌불원서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탄원서를 작성해주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해 의료계 내에서 재차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탄원서를 작성해줬을 가능성, 위법을 저질렀어도 의사면 다 감싸야 한다는 비뚤어진 동료의식은 조폭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성 위협감을 준 상황에서 받아낸 처벌불원서는 재판에서 배척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고 탄원서를 부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이 입은 고통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고 마음 아파하며 그 치우 방법을 고려하고 고민했는지, 진지하고 통렬한 자기반성, 성찰과 속죄의 충분한 방법을 가졌는지에 대한 피해자들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입은 고통보다는 출소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며 "일부 커뮤니티 내에선 피고인을 희생당한 의인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류 씨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의료계 현안이나 정부 정책 관련 분쟁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됐으므로 해당 행위는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명단 게시 대상과 범위가 넓어진 사정, 누구나 명단을 영구적으로 저장, 보관할 수 있었던 사정, 그 피해의 시간적, 공간적 무제약성, 높은 전파력으로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자 수가 많았다"며 "이를 충분히 알고도 피고인은 익명성에 숨어 이 사건 범행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한 사정을 비춰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괴롭힐 의도로 해당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판결과 관련해 의료계는 "의료농단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청남도의사회, 서울시의사회 등은 항소심 대응을 위해 법률대응팀을 구성한 상태다. 

충남의사회는 "비록 그가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원색적으로 악의적 공격했다 하더라도 그 근본적 원인은 무책임한 2000명이라는 의대증원을 강행한 윤석열 정부에 있다. 그도 한 사람의 피해자 일 것"이라며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한 모기업 부사장도 징역 1년 6개월인 것과 비교할 때 이번 판결은 교화에 중점을 둔 판결이라기보다는 징벌적 판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사법부가 지난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빚어진 의정갈등으로 현재의 상황을 무시한 채 과도한 사법적 처벌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번 판결이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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