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신건강의학회 설문결과...학교폭력 피해 환자, 우울·불안·대인기피·학교거부·자해·불면증·분노조절 호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으로 정신건강문제를 겪었던 환자의 62.7%가 성인이 된 후에도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65명을 대상으로 2월 13일부터 28일까지 학교 폭력에 대한 경험과 의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학회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78.5%가 학교폭력 피해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섯 명 중 4명은 우리나라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했다.
본 조사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 불면, 대인관계 어려움, 등교 거부, 자해, 자살 시도 등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학교 폭력 피해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연관성에 대해 동의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범죄, 폭행, 납치, 자연 재해 등과 같이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침습 증상에 의한 반복되는 재경험, 사고와 관련된 자극 회피, 사고와 관련된 인지나 기분의 부정적인 변화, 과각성과 교감신경의 항진 관련 증상 등이 한 달 이상 유지되는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다.
특히, 학교폭력이 중단됐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호전된 환자를 본 경험은 없었고, 전문의들의 31.4%에서 학교폭력이 중단된 이후에도 수년동안 후유증이 지속되는 환자들을 진료했으며, 62.7%에서는 환자들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후유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학교폭력 피해자인 '동은'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18년동안 자신의 인생을 바쳐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준비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 속 '동은'과 같은 피해자들이 현실에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답한 전문의의 63%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 이후에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품행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이에 전문의 90.2%에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한 복수에 대한 생각을 하는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47.1%의 경우는 구체적인 복수계획을 세우는 환자를 진료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63.1%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정신의학적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권했다.
학회는 "드라마에서처럼 학교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고 계획할 정도로 평생을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주는 행위이며,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자극들에 의해 당시 고통을 생생하게 재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학교폭력 예방에 있어 '안정적인 학교 환경 도모'(33.7%)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가정 내 지지적인 양육'(27.7%), '학교 폭력 예방 교육'(15.4%), '교사 역할 및 재량 강화'(12.3%) 순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학회는 "학교,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간의 예의, 대인관계 기술 등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폭력에 대한 이해나 대처법을 교육하는 등의 예방 활동이 필요하다. 또 교사와 학교의 학교 폭력 사후 조정 및 대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학교 폭력 발생 이후에는 피해자, 가해자 및 방관 학생들의 정서, 사고 및 적응 상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나 영향들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필요 시 정신 건강 전문가의 개입이 용이하도록 평시 협조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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