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이 민주당 정책공약에?…의협 "사실 왜곡, 환자 중심 보건의료체계 해치려는 시도"
약사회, 성분명 처방으로 약사 대체조제 권한 강화 주장…의협 "진단과 처방 주체는 '의사' 기본 원칙 무너지면 환자 피해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대한약사회가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 공약에 '성분명 처방 제도 도입'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정책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으로 약사의 대체조제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의협은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의사로 이 기본원칙이 무너지면 환자 피해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열린 의협 정례브리핑에서 김성근 대변인은 약사회의 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김대업 전 대한약사회 회장과 각 지역약사회 회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이 후보가 성분명 처방 제도화 등 정책 과제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앞서 민주당에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비롯한 정책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나, 민주당이 성분명 처방을 공식 정책공약으로 선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민주당 대선 공약에는 필수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와 공급 안정 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필수 의약품의 품질 문제가 발생할 때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김 대변인은 "약사회는 해당 제안이 120여개 직능 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 제안 중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전체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전면 도입이 확정된 것처럼 일방적이고 과장되게 해석해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협은 성분명 처방 제도화가 과학적 진료 행위에 대한 침해로,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해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의약품 처방은 단순하게 성분명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의사가 진찰 후에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 약물 흡수율,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 약제를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질환에 있어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으며, 의사의 판단 없이 성분명 대체가 이뤄질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체 조제가 가능한 경우는 이미 법에 명확하게 규정이 돼 있으며 이를 변경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이 곧 약사의 대체조제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는 약사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은 결국 처방권의 약사 직역으로의 이전 또는 공유를 의미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제도로 의료의 기본을 훼손하고 환자 치료의 연속성과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진 약재라 할지라도 크게는 50%의 차이를 보이는 약들이다. 또한 각 약재에 대한 환자의 반응은 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것이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의협은 성분명 처방 제도화는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해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약사의 역할은 의사가 처방한 약재를 안전하게 조제하고 복약 지도를 하는 것"이라며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환자의 질병을 직접 진료한 의사에게 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오히려 약물 오남용이나 부작용 발생 시 환자 피해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어떠한 정치권도 처방과 조제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진료에 대한 판단은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돼야 한다. 정치권과 보건의료계는 의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과 균형 잡힌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