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대학병원 이탈 러시가 본격화하면서 일선 의료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올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4년차 140여명이 빠져나가면 교수들의 사직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기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교수 11명 중 4명이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수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는 것은 전공의 지원자 부족 등으로 기존 인력의 업무 부하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강원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2년 연속 지원자가 전무했다.
충북대병원도 지난해 연말부터 야간 당직을 서던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 1명, 소아응급전담전문의 1명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병원이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역시 최근 전문의 7명 중 5명이 병원을 떠나며 운영을 대폭 축소했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대학병원 이탈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4년차 131명이 3월에 병원을 떠날 예정이지만, 올해 전공의 지원자는 54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3월이 되면 숙련된 4년차 전공의 131명이 빠지는데 새로 들어올 전공의는 50여명에 그친다”며 “병원에 남아있는 이들의 업무 부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 의사들의 이탈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역시 지난해 12월 입장문을 통해 “올해 전공의 4년차 졸업으로 근무 가능한 전공의 숫자가 대거 감소하는 2024년에는 병원 입원진료의 대폭 축소와 그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며 “2025년에는 3년제로 3·4년차가 동시에 졸업하게 돼 인력난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대상 100만원 수련 수당 지원, 소아환자 초진비 인상(1세 미만 7000원 인상·6세 미만 3500원 인상) 등 수차례에 걸쳐 소아과 살리기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은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획기적인 수가 인상, 상급병원 전문의 중심 진료 및 근무조건 향상,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보호 조치 마련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구체적으로 ▲소아과 전문의 30% 가산 재진으로 확대 및 가산율 100%까지 단계적 인상 ▲상급병원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 구축 ▲근무조건 향상 및 처우 개선 ▲소아입원료 연령가산 100% 이상 인상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보호 조치 마련 등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정부가 소아과를 살리기 위해 대책을 조금씩 내놓고 있지만 파격적인 지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전공의가 부족한 대학병원들에서 교수들이 지쳐서 나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다 속도감 있게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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