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 큰 관심, 국가 차원으로 육성하려면 국회가 업계와 논의 물꼬 트고 마중물 역할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이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4년여간 활동한 조명희 의원이 제약바이오의 기술수출 내용에 대해 제약업계와는 사뭇 다른 시각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21년 1월까지 국가신약개발재단 지원으로 개발된 신약기술 57건이 국내외로 기술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전 규모는 14조 8828억원이며, 이중 해외로 인전된 신약기술의 계약규모는 14조 6707억원(98.6%)였다. 국내 이전된 기술 계약규모는 2121억원(1.4%)이었다.
대부분 국내 제약업체들은 자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1,2상까지만 하다가 자본력, 또는 경험, 노하우, 인력 등의 부족을 이유로 3상은 기술이전을 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때 실현가능성 등은 어떤 회사에서 얼마에 사갔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기술이전,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의 수천억원대 '기술수출'에 대해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며, 실제 기술수출 소식이 들려오면 해당 업체의 주가가 연일 폭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 의원의 보도자료는 그간의 제약바이오업계의 '틀'을 깨는 다른 시각의 내용이었다. 기술수출에 대해 '고부가가치인 신약기술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해외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이를 잘 표현하는 대목이다. 짧은 단신의 기사였음에도 '기술수출'을 마치 '기술유출'로 표현하는 듯한 내용에 제약바이오업계가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오픈이노베이션은 이미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으며, 오히려 첨단의 기술들이 혈세만 쏟아붓다가 1~2상만 하다가 국내에 머물러있으면 '휴지조각'이 돼 버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무리하게 자본력을 끌어 국내에서 3상을 이어가더라도 노하우 부족으로 신약개발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고 상용화되더라도 글로벌마케팅 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게다가 '환자모집'이 3상의 핵심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대상자 수가 1~2상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국내에 한정한 신약개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했다.
업계는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정부를 향해 법과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자료인 만큼, 상당한 영향력과 무게감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자신들과 다른 관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는 해명이나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조 의원실은 국내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고 국가 경쟁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한 담당자 역시 "국가과학기술위원으로서 제약업계 뿐 아니라 국가 전반의 R&D 흐름을 파악해왔고, 정부 지원 하에 국내에서 좋은 기술을 발굴해내더라도 이들이 대부분 해외로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더 필요한 곳에 보다 효율적으로 R&D 비용을 투입하고 산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국가 경쟁력과 국민 생활에 이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법, 제도를 만들자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도자료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의원실 담당자는 "이번 기회로 신약개발에 대한 시각과 방향성이 제약업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궁극적으로 국가에 이득이 되는 행위라도 어쨌든 국가의 예산을 활용하는 분야인만큼 국회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어떻게 예산이 사용됐고 결과는 어떤지, 또 그것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이득이 됐는지는 반드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제약바이오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가를 이루는 많은 산업군 중에서는 관련 법, 제도가 부실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무게감 있고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제약업계와 다른 의견을 먼저 표명하기 전에 제약업계와의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합의된 부분을 언급한 후 제도 마련의 물꼬를 텄다면 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이제 국민들은 제약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주요 국가 과제임을 충분히 인식했다. 산업이 확대되고 예산 투입 비중이 높아지는 과도기적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이견' 다툼이 이제 마무리짓고, 진짜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 기간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 마련에 업계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직 불모지인 제약산업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정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가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할 때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체력소모를 할 게 아니라 발전적 방향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면, 먼 미래에는 국내 제약기업들도 자력으로 상용화까지 추진하거나 해외의 후보물질들을 라이센스인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내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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