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23 17:20최종 업데이트 21.08.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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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것 같은 조명희 의원실에 보내는 한 사람의 생각"

[칼럼] 배진건 배진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의원실 제공).
이 글은 배진건 박사의 개인 SNS(페이스북)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8월 22일 일요일 오후는 일상대로였다. KLPGA 중계를 TV에서 혼자 보고는 5시에 한강 걷기에 나섰다. 한남대교에 도착해 평소대로 핸드폰에 위치를 찍고 걸음 수를 보니 6500이 보였다. 오는 길에 멋진 꽃밭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 멈췄을 때 페이스북 메시지로 모르는 분이 무엇을 남긴 것 같다. 페북을 열어보니 "배 박사님 안녕하세요? 메디게이트뉴스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둘 다 잘 아시는 분이시라, 이런 기사가 있었다는것 아시면 좋을것 같아서 멘션드립니다." 

그 자리에서 지난 20일자 '알테오젠·녹십자·대웅·한미·유한·SK 등 국가 혈세 지원받고 해외로 기술 보냈다'라는 제목과 '조명희 의원 범부처신약 기술의 98%(계약금 기준) 해외로 넘어가'라는 부제목(서브타이틀)이 보였다.  

내 머리에 스치는 생각으로 "조명희 의원에 고함을 쳐야지요. '임상3상을 왜 우리나라가 안 하나' 주장하는 기사와 같은 맥락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걸음에 드는 생각은 신약기술의 98%를 해외로 넘기는 매국 행위를 하는 사람이 신약개발자로 일반 국민들 머리에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았다. [관련 후속기사=조명희 의원 "정부 지원 신약 기술수출 방지" 주장에 제약업계 "시대역행적 주장" 거센 비판]

집에 돌아와 오케이 광자매에 이어 악마판사라는 주말 드라마를 즐겼다. 같은 드라마를 보는 전공의 젊은 친구에게 "마지막 회를 보는데 아직도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이네"라고 카톡을 날렸다. 그 위를 보니 어제는 "악마판사 정말 어렵네요. 차원이 다르네요." 8월 15일 광복절 날에는 "악마판사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라고 느낌을 적어보냈다.

악마판사의 극본을 쓴 문유석 작가의 의도를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법무부 장관 차경희의 아들이 곤장 30대를 맞는 '국민참여재판' 판결에 더해 결국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시가를 한 대를 태우고 권총으로 집무실에서 자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여당 차기 대권 후보인 그 차경희를 보면 꼭 어느 재상이 떠오르게 한다. 악마판사 강요한은 법정 내 곳곳에 설치된 폭탄을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 직접 심판해달라. DIKE 앱의 클릭수가 일정 수에 도달하면 여러분은 성대한 불꽃을 보실 수 있다.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다"라고 생중계로 국민들에게 말한다. 

전 국민이 누구나 핸드폰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 얼마나 민주주의적인 생각인가?

마지막 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백신개발을 명목으로 바이러스감염자들의 장기를 빼내라고 지시하는 대통령 허중세의 모습에서 이게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진실을 보도할 양심 있는 언론사가 하나도 없고 대법원장이 되기 위해 복지재단 정선아와 손잡는 교수라는 대법관이 존재하는 곳이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이다. 병원을 짓는 ‘꿈터전 사업’에 박두만 회장 등 재단 이사들이 디스토피아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었다. 

조국의 아내가 2심 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자 'AI 판사'가 필요하다는 국회의원이 주장이 신문에 실린다. 이런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 신약개발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의원이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토피아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혈세의 대한민국 세금이 98% 다른 국가로 흘러가는 것을 꼭 막겠다는 정의감이 분명히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제출받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개발한 첨단 신약기술이 대부분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 1월까지 국가신약개발재단 지원으로 개발된 신약기술 57건이 국내외로 기술 이전됐다. 자료제출을 거부한 4건을 제외하고 총 53건 중 해외로 이전된 신약기술은 24건으로 45.2%에 달했다. 여기까지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해외로 이전된 신약기술의 계약 규모는 전체 계약 규모 14조 8828억원의 98.6%인 14조 6707억원에 달했다. 국내로 이전된 기술의 계약 규모는 2121억억원으로 1.4%에 그쳤다. 여기까지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자료를 분석해 준 것이 사실 고맙다.

문제는 이런 자료를 해석하는 눈이다.

조 의원의 코멘트에 "고부가가치 첨단 신약기술 대부분이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해외로 넘어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것이 맞는 진실일까? 

미래의 고부가가치 가능성을 지닌 것은 맞는 말이다. 기술은 꿰어야 가치가 나는데 현재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그 가치를 누가 인정하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통계에 의하면 파는 사람이 매긴 가치가 사는 사람이 메긴 가치보다 7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협상을 통해 보통 팔려나가는 가치는 1.3~1.8 사이가 가장 많다. 

왜 해외로 98.6%가 나가고 국내에는 1.4%에 그쳤을까? 디스토피아적인 이분법적 판단으로는 1.4%는 ‘애국자’이고 98.6%는 ‘매국노’라는 생각도 든다.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으랴.  

세계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 보이는 우물안에서 이런 답답한 이분법적인 생각이 든다. 아직 한국의 제약 수준은 우물안인 대한민국을 넘어서 미국과 유럽의 시장을 이용해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생태계의 일원이기에 ‘기술수출’은 거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다.

스타트업들의 현재의 목표는 상장인데 올해 새로 개정된 가장 중요한 상장 요건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을 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아니면 국내 대(大)형 제약사에라도 기술이전을 한 자료를 요구한다. 그만큼 기술이전은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고부가가치를 서로 합의한 결정이다.

조 의원은 "국민 혈세를 들여 첨단 신약기술을 개발해놓고 정작 해외 제약업체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맞는 지적일까?

신약기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아니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KFDA)라도 사용 허가를 받기까지는 진행형이며, 언제든 그 가치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는 공짜 또는 헐값에 해외로 보낸 것이 아니라 아닌 정당한 비즈니스 거래(business transaction)에 의해 수출된 것이다. 이를 마치 해외로 혈세를 유출시킨 매국노처럼 표현한다면 디스유토피아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 허중세, 차경희, 정선아, 민정호, 박두만 회장들의 판단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다.

조 의원은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신약기술 개발에서 임상시험, 제품화 등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단계적인 허가·승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어느 전문가가 세계 곳곳을 바라보며 이런 전례 없는 ‘단계적인 허가·승인 기준’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이어 조 의원은 "국내 신약기술의 과도한 해외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전주기에 걸친 단계별 허가‧승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신약기술 개발 및 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통해 갖춘 기준은 상당한 '글로벌'적인 것이다. 그나마 지난 10년 간 조명희 의원실이 보여준 아웃풋(output)이 있기에 올해부터 앞으로 10년간 '국가신약개발'이 국책과제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5월 22일 문 대통령이 신약개발의 꿈을 선언하고 오송혁신신약살롱을 방문해 필자의 8분 강의를 이해하며 질문하시는 모습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유토피아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인 신약개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힘을 모아야 한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로 통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더 노력하라고 이런 ‘디스유토피아’적인 생각이 가끔은 튀어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번도 우리가 더 잘하기를 원하는 ‘사랑의 매’로 여긴다면, 망나니 차경희 아들이 맞은 30대까지는 맞을 각오가 돼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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