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사 출신 변호사 "복지부가 또 위법한 처분할 것이라 보고 용기내 심판청구"...헌재 "명령 자체는 기본권 침해 없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해 전공의 파업에 참여했던 A씨(당시 전공의, 현 전문의)가 용기를 내서 진행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가 지난 9월 7일 기각됐다. A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난 10월 26일 다시 한 번 기각됐다.
3일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2021헌마937)의 헌법소원 심판결과를 확인한 결과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와 관련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헌법 재판원 전원(3명) 일치된 의견으로 각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복지부의 계획에 불과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집행기관의 재량일 뿐 법령 자체의 문제는 아니며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은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청구인 A씨는 2020년 7월 말경 보건복지부와 여당이 추진하기로 협의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그 해 7월 29일 전공의들과 함께 반대결의를 발표했다. 8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젊은 의사 단체행동 집회에 참가해 8월 14일 대전협이 실시한 전국의사총파업에 동참하는 등 보건의료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사총파업을 재실시할 것을 결의하자, 피청구인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8월 26일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모든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하는 이른바 포괄적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같은 날 복지부는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를 통해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이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시에는 형사벌, 행정처분 등 조치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어 복지부는 수도권 수련 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휴진 전공의 명단을 토대로 의료법 제59조 제2항을 근거로 명단에 있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해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A씨는 8월 26일부터 재실시된 전국의사총파업에 동참하고 2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 장관은 8월 28일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한 업무개시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했다. 또한 수련병원 30개소(비수도권 20개소, 수도권 10개소)에 대한 현장조사 집중조사를 실시해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여부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A씨는 복지부 장관의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과 의료법 제59조제2항, 제3항으로 인해 자신이 다른 의료인들과 결사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없게 돼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8월 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피청구인이 2020년 8월 26일 발표한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②의료법 제59조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 ③의료법 제59조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A씨의 법률대리인 의사 출신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지 않으면 또 다시 복지부가 위법한 처분을 할 것이라 생각해 공익적 심판 청구로 헌법소원을 진행했다"라며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이 꼭 필요한 데서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헌법소원 심판 조항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①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제59조 ②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제59조③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①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에 대한 청구=명령 자체는 계획에 불과해 기본권 영향 없음
헌재는 “복지부는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을 통해 '진료 업무에 복귀하지 아니한 전공의·전임의에 대해서는 향후 현장조사를 통해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불이행시에는 불이익을 받도록 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청구인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과 별도로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전임의가 실제로 있는 반면 청구인은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설령 A씨가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근거한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앞서 발령된 포괄적 업무개시명령의 후속 절차에 따른 것이다. 형사처벌이나 제재적 행정처분 역시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한 것일 뿐,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그 자체만으로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에 따르면 국민적 구속력을 갖는 행정계획은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지만, 구속력을 갖지 않고 사실상 준비 행위나 사전 안내 또는 행정기관 내부의 지침에 지나지 않는 행정계획은 원칙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비구속적 행정계획안이나 행정지침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해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을 때는 공권력 행위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헌재 2000.6.1 99헌마538, 2011.12.29 2009헌마330 등 참조)
②의료법 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대한 부분에 대한 정구=집행기관 재량권 행사일 뿐
헌재는 "의료법제59조 제2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집행기관의 재량권 행사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 위 법령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에 따르면 법령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은 집행기관에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만 부여할 뿐 법령 스스로가 기본권의 침해행위를 규정하고 행정청이 이에 따르도록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 이때의 기본권 침해는 집행기관의 의사에 따른 집행행위, 즉 재량권의 행사에 의해 비로소 이뤄지고 현실화되므로 이런 경우에는 법령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헌재 1998.4.30 97헌마141, 2009.3.26 2007헌마988 등 참조)
③의료법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에 대한 청구=기본권 침해 현재성 없음
헌재는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 등 계획 발표 당시 청구인은 전공의로서 진료 업무를 중단한 상태이긴 했으나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적은 없다. 의료법 제59조 제3항 중 의료인에 관한 부분으로 인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상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에 따르면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 구제의 실효성을 위해 침해의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장차 언젠가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고 그러한 우려가 단순히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구비했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89.7.21 89헌마12, 헌재 2009.11.26 2008헌마69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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