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논란
의사에게 의학 논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애증의 존재다.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기까지 반드시 원저 논문을 1편 이상 작성해야 하는데, 본인이 작성한 원저 논문은 여러 방면에서 활용된다.
원저 논문은 크게 3가지 용도로 활용되는데 첫째,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해, 둘째, 석사 박사 학위를 획득하기 위해, 셋째, 교수 임용이나 승진 경쟁을 하기 위해 활용된다. 즉, 논문을 직접 쓰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수 없고, 석사 박사도 될 수 없고, 교수가 되는 것도 머나먼 꿈이 된다.
논문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설을 세우고 스스로 검증해 글에 담는 것을 원저(original article)라고 한다. 그리고 학회지의 수준에 따라 논문의 등급이 나뉘어져 있는데, 상위 10% 수준의 우수 학회지들은 SCI로 등재되고, 조금 더 넓은 범위의 학회지들이 SCIE로 등재된다. 의사에게는 제 1저자로서 얼마나 많은 원저를, 수준 높은 학회지에 게재했느냐가 연구 경쟁력의 절대적인 척도가 된다.
원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주제에 맞는 수많은 다른 논문들을 검색해 리뷰하고, 가설을 세운 후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실험을 하고, 통계를 내서 글을 작성한다. 여기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학회지에 투고를 하고, 또 수개월에서 수년의 반복되는 거절과 수정 과정을 거쳐 학회지에 논문이 게재된다.
이 모든 과정을 주관하고 논문을 직접 작성한 사람이 제 1저자로 논문 참여자들 중 맨 앞에 이름이 자리하고, 그 사람을 지도하고 감독한 교수가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가 되어 맨 마지막에 이름을 넣는다. 그리고 논문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그 사이에 이름이 자리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SCI, SCIE의 의학 원저가 남아돌아서 고등학생이 번역을 도와주어 기특하다고 제 1저자 자리를 선물로 주거나, 2주간의 체험 수기나 에세이가 의학 학회지에 원저로 실린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원저 논문 학회지 게재가 그렇게 쉽고, 제 1저자 자리가 남아도는 것이었다면 전국의 모든 전공의들과 교수들이 지금 고생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원저 논문의 제 1저자 자리를 논문과 무관한 사람에게 강제로 주었다면, 반드시 그 자리를 빼앗긴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수년의 인생을 허공으로 날릴 수도 있는 명백한 범죄다. 그 누군가가 참 걱정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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