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 주 80시간 근무 전공의법의 꼼수
지난 2월,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신형록(33)씨가 당직실에서 사망했다. 그는 사망 직전 1주일동안 업무시간이 115시간에 달했다. 이전 12주 동안 근무시간 또한 평균 98시간 이상이었다.
그는 심장에 관련된 과거력이 전혀 없었다. 나이는 불과 33세였다. 과거력이 깨끗한 젊은 남성이 심장 질환으로 급사할 가능성은 얼마나 낮을까.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그의 사망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면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전공의의 과로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30대의 가장 건강한 청년들을 말 그대로 ‘가성비 좋은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갈아 넣고 있다. 2~3일 동안 한숨도 못 잔 상태로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예전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과로와 중노동이 ‘미래의 전문의’라는 명목 하에 묵인돼 왔다.
이런 과로를 막기 위해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제정됐다. 일반 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80시간도 빠듯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 정책과는 정반대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끔 하는 정책들이 마구잡이로 진행됐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들면서 교수들까지 정규 근무시간을 초과하며 과로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공의에게 자비를 베풀 병원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온갖 꼼수가 개발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의 근무시간은 ‘공식적으로는’ 주 80시간을 엄수하고 있었다.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상대하고 치료하는 것은 전공의들의 몫이 매우 크다. 환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만큼 이들의 과로를 형식적이 아닌 원천적으로 막을 만한 정책이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줄여 업무량 자체를 줄이거나, 과한 업무를 분담해줄 전문의들을 추가로 고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눈 가리고 아웅이 될 뿐이다.
같은 과정을 거쳐 온 의사로서, 오늘도 집에 가지 못하고, 가족을 보지 못하고 당직실에서 눈을 비비며 차트를 보고 있을 젊은 전공의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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