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2016년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이번달 1일부터 공개하면서 병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급여 비용을 책정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가격만을 공개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심평원은 1일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2041개 병원의 52개 비급여 항목 가격을 공개했다.
이번에 심평원이 공개한 비급여 비용을 보면 다빈치로봇수술을 이용한 전립선암 수술비용은 병원에 따라 최대 1천 1백만 원 차이가 났다.
최고가는 1천 5백만 원, 최저가는 4백만 원으로 조사됐다.
심평원이 공개한 정보는 이처럼 단순한 가격 비교이며, 의료기관마다 달리 쓰고 있는 장비나 의료인력 구성, 기술 등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모 종합병원 심사팀 관계자는 "심평원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의료기관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이 가지고 있는 의료의 질 수준이 누락된, 오직 가격 정보를 공개하면 오히려 판단을 방해해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가격만을 가지고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되면 의료의 질적인 측면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의료서비스 불만족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타 병원보다 높은 비용을 받고 병원을 무조건 불신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심평원의 이번 병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방침에 소비자단체 또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급여와 관련해 국회에서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었던 (사)소비자와 함께 박명희 대표는 "단순히 가격만을 비교해서 공개하는 것은 형식적이다"라면서 "소비자는 병원의 퀄리티(질) 차이를 알고 싶은 것으로, 정보를 더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희 대표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한 서비스를 놓고 봤을 때의 가격비교"라면서 "의료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심평원에서 세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심평원은 30일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의료의 질적인 측면을 반영해 자료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출발하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심평원 의료정보표준화사업단 김형호 단장(사진)은 "의료의 질,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기 위해 비급여 가격공개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해 대안을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이날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제출한 비급여 비용의 사실 확인을 위한 방법'에 대해 질의하자 "만약 비급여 진료비용이 어제 9천원에서 오늘 1만원으로 바뀌었다면, 병원은 반드시 1주일 안에 심평원에 신고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협조를 당부했다.
더불어 그동안 심평원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수집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의료비 상승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결국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김형호 단장은 "비급여 비용 공개의 목적은 국민의 알권리와 병원의 투명성이 주목적이며, 가격공개를 통해 모든 의료비 상승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비급여 시장의 변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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