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증가에 따른 진료비 폭증 우려는 근거 없는 이론...의대정원 2000명 늘려도 OECD 평균 도달 못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학 교육의 질 저하, 의료비 증가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했다. 복지부는 의협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되레 의협에 의대 증원 없이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반문했다.
15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의대 정원 확대 규모인 '2000명'이 과도한 숫자라는 비판에 대해 박 차관은 "의약분업 이후 정원 감축으로 그간 배출되지 못한 인원을 고려하면 2000명을 늘리는 것은 과도하지 않다.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젊은 의사들은 줄고 있다"며 "2000명 규모의 증원 없이는 미래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1980년대 주요 의과대학의 개별 정원은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서울대 의대는 당시 정원이 260명이었고, 현재는 그 절반 수준인 135명이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라며 "정원은 줄었지만 의대 교육 여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의개의 여건을 조사한 결과 증원을 하더라도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학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도 병행해 기초의학 등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수련 과정에서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수련 제도를 개선하겠다. 필요한 경우 재정적 지원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으로 2.1명이며, 의사가 1만 명이 늘어나도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3명에 불과하다. 현재 OECD 평균인 3.7명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는 8만명이며, 2000명을 증원해도 2050년에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사 증원의 반대 이유를 종합하면 의학 교육의 질 저하, 의료비 증가, 그리고 지역 필수의료로 인력이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여러 차례 설명드렸다"라며 "과연 그러한 이유가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는 집단 행동의 이유가 되는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의대 증원 없이 우리 의료의 문제가 해결되는지도 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박 차관은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대 정원 증원 시 향후 요양급여 비용 추이에서 진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계는 의사가 늘면 무한정 진료비가 늘 것이라며 '유인수요론'을 펼치고 있다. 의사는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고 환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의사를 늘리면 경쟁이 심화돼서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가 생겨나고 그 여파로 의료비가 늘어난다는 논리다"라며 "상당히 타당해 보이지만 학자들이 실제로 검증을 해봤더니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상식적으로 의사가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시키는대로 다하진 않는다. 분명 한계가 있다"며 "그리고 진료비가 무한정 늘어난다고 하는데 말튼 프리드만이라는 경제학 교수가 이미 유인수요론의 증거가 있으면 나에게 제시해달라는 말까지 한 적 있을 정도로 경제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이론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박 차관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맡는 의료진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제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며, 이를 반드시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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