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3.09 12:25최종 업데이트 21.03.0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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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2004년부터 이어온 고질적 기피 문제…분만실 개설 포기 병원도 속출

남녀 성비 1:9, 남자 전공의는 현장 진료 실습도 불가…온라인 실습·산부인과 개설 의무법 필요

2021년 전공의 모집현황에서 기피과 기피 현상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눈에 띄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수도권 빅5병원에서조차 전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기피과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해묵은 난제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제야말로 정부와 각 전문학회가 뭉쳐 기피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해마다 미달을 면치 못하는 전문과목을 대상으로 현황과 원인,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①소아청소년과, 저출산·저수가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29.7% 존폐 위기
②비뇨의학과, 병원별 전공의 '빈익빈부익부' 심각...지원율도 70% 전후에 그쳐
③외과, 미달·중도포기에 20년 전의 절반에 그쳐...전공해도 요양병원·미용 시술
④산부인과, 2004년부터 이어온 고질적 기피 문제…분만실 개설 포기 병원도 속출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로 4년 연속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이번 2021년 전공의 모집에서도 144명 정원에 110명이 지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쟁률은 0.76:1 수준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에서 첫 미달이 났던 때는 2004년이다. 당시 산부인과는 216명 모집에 172명이 지원, 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다소 증감은 있지만 꾸준히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묵은 문제이지만 산부인과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산부인과 기피 문제에 대해 다각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원인인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산부인과 진료 항목의 상대가치 점수 저평가, 수련환경 왜곡 등이 겹치며 개선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 특성상 환자가 여성이다 보니 사생활 보호가 강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진료 참관이 제한되거나 전공의 성비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현재 산부인과학회는 전공의들의 진료 현장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수련 필수 항목을 선정, 인터넷 상에서 전공의가 공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올해 봄부터 술기 등 교육 자료 준비가 끝나 현장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회는 법 개정도 함께 준비 중이다. 법 개정안은 분만취약지 해소와 함께 전공의들이 일할 수 있는 병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이필량 이사장은 "현재 법률상 100~300병상 종합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중 3개과만 개설해도 된다"며 "많은 병원들이 적자를 면하기 위해 산부인과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 병원이 4개 필수의료과의 개설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필량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이번 2021년 레지던트 지원현황에 대한 학회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비교적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산부인과는 최근 수년간 전공의 충원율이 정원 대비 70-8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간신히 충원 미달을 하고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는 2021년도에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병원 총 81개 병원 중에서 1년차 전공의 정원이 아예 없거나 1명뿐인 병원이 56%(45/81개 병원)나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진료 현실을 감안하면 산부인과에서 전공의가 부족하면 분만실을 운영하는 것이 여러모로 어렵다. 또 남은 이들은 근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할 가능성도 많다. 인력 수급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Q. 좀더 구체적으로 지금과 같은 지원율 기피 현상이 향후에도 계속된다면 어떤 문제점들이 예상되나.
 
전공의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와 지도 전문의의 당직 근무를 포함한 진료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근무 환경이 더 나빠지게 되고 전공의 지원율은 점차 더 떨어질 것이다. 이는 지도 전문의의 이직율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수련기관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병원이 늘어날 것이고 수련이 가능한 병원에서도 수련의 질이 떨어지게 돼 우수한 전문의 양성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건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Q. 산부인과는 미달 사태는 1~2년간의 문제는 아닌데 내외부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일 큰 요인은 출산율 감소다. 일각에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산부인과 의사의 수도 감소하는 것이므로 의사 수 부족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의사가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의료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의사가 더 몰리게 되어 의료취약지역이 더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다른 진료과목과 비교할 때 산부인과 진료 항목에 두드러지는 상대가치 점수의 저평가 문제도 심각하다. 산부인과, 특히 산과 진료의 응급성과 위험성 같은 고유한 특성이 제대로 진료 수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이유는 잦은 당직 근무와 중증, 응급 환자의 발생 빈도가 높고, 의료사고와 그에 따른 분쟁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앞의 이유들이 원인이 되겠지만 최근의 열악한 산부인과 의료 환경으로 인해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들의 삶의 질이 다른 과 의사들보다 현저히 낮다는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상 10여년 전부터 남자들이 전공의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Q. 방금 남자들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성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산부인과 의사들의 성비 문제도 매우 심각하며 이제는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매우 두드러진 현상인데, 지금은 전체 산부인과 전공의의 남녀 비가 1대 9 정도된다. 여자 전공의가 임신하게 되면 출산 휴가를 가게 되는데, 이 때 인력 부족이 생기게 됩니다. 전공의가 많은 병원은 매년 거의 1명 정도의 결원이 생기게 됩니다.
 
이 때 의사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참 힘들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시적으로 의사를 고용할 수 있게 해 주던가 진료 지원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뚜렷한 대책이 없으니 전공의들이 결혼과 임신을 주저하게 되고 심지어는 서로 간에 임신 순서도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여의사는 우리나라의 문화 여건상 지방과 벽지 근무가 쉽지 않다. 결국 도시 지역으로 의사가 몰리게 돼 분만취약지역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

Q.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많은 문제가 있지만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지금, 모든 과의 진료 현장에서 학생, 전공의의 진료 견학 또는 참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 전공의 수련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현상은 산부인과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환자가 여성이다 보니 사생활 보호가 강화되면서 특히 남학생, 남자 의사의 진료 현장 참여가 매우 위축돼 있다. 심지어 어떤 대학병원은 남학생의 산부인과 진료 참관을 제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교육과 수련 방법의 대안으로 시청각 교육과 동물 모델 활용 등의 방법을 도입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환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후손을 위한 미래의 의료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전 국민이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Q. 현재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공감한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현재 정부는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도가 높은 질환만을 진료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련병원 중 산부인과도 전공의가 대부분의 수련기간 동안 중증도가 높게 책정된 암환자만을 진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의가 돼 2차 병원 이하의 병원과 의원에서 근무하게 되도 주로 진료하게 되는 분야인 임신과 분만, 생식내분비학과 일반부인과 질환 등을 본인이 근무하는 수련병원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 분야를 외부 병원에 파견을 통해 배우게 한다는 계획은 수련의 질과 환경에 대한 표준화 문제, 환자의 사생활 보호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방안이다.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의 70% 이상이 이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데, 이들이 받는 수련 내용이 전문의가 된 후에는 이들 대부분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문제다. 암환자 진료에 전적으로 치중된 수련 내용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는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환자의 진료만이 아니라 동시에 의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련병원은 학생과 전공의, 전임의를 교육하고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을 향해 암환자만을 진료하라고 한다면 국립암센터나 원자력병원처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Q. 학회에서도 오랫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어떤 노력이 있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것은 사회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여서 학회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학회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전공의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우선 진료 수가는 전공의들이 수련 과정을 마치고 나갔을 때 부딪치게 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학회는 산부인과 진료 수가의 개선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 왔고, 정부도 산부인과가 전공의 지원 기피과임을 잘 알고 적극 지원해 과거보다는 개선된 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산부인과 진료 수가를 개선해 주려는 목적은 산부인과 의사 수가 줄면 분만취약지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정도의 진료 수가로는 분만취약지역을 줄이는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분만시설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좀 더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분만취약지구에서 분만을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 받는 상태에서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학회는 개원의사회와 협력해 진료 수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외 학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공의가 진료 현장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이 제한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수련 필수 항목을 선정해 인터넷 상에서 전공의가 공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술기와 관련한 교육 자료 준비는 작업이 끝나 이번년도 봄에 실제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진료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적 내용에 대한 자료 구축은 올해 가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학회가 매우 관심을 갖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앞서 말한 상급종합병원 지원 기준에 대한 정책 개선 문제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산부인과 전문의 양성 과정을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다. 상급종합병원 경영진도 협의체 등을 통해 각 진료과의 특수성을 고려해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정부와 대화를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회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산부인과의 특수성에 대해 정부 내 관계자와 함께 계속 대화하고 있다.
 
Q. 이제는 단순히 수가 인상만을 호소하는 전략으론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학회 차원에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를 소개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난 후, 진로가 제한되는 것도 전공의 지원율을 감소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현재 법률에선 100-300병상 사이의 종합병원은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중 3개과만 개설해도 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경우에 많은 병원에서 경영 적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분만실 운영을 포기한다. 아예 산부인과 개설을 포기하는 병원도 많은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이들 병원에서 4개 필수의료과의 개설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문제는 분만취약지역 해소와도 큰 관계가 있는데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산부인과, 특히 임신, 출산, 신생아 관리에 대한 고식적인 생각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다. 임신과 출산을 자연의 섭리 정도로 생각해 집중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재정 지출에 인색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Q. 끝으로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궁극적으로 산부인과가 기피과가 된 이유는 전문의가 된 후의 미래가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상 응급, 당직 근무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응급, 당직 근무 등이 필요한 분만을 해야 하는 직장을 포기하고 외래 진료만을 하는 의원을 개설하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들이 늘 진료 수가 타령만 한다고 비난하지만 산부인과 진료 특성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수가를 반영해 준 적은 지금까지 별로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다른 과 의사들과 달리 정시 출퇴근이 쉽지 않다. 왜 주말, 휴일에도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말 분만 수가로 50%를 추가로 더 받는다고 해서 가족과 여행 가기로 한 약속을 포기하고 싶은 의사는 별로 없다. 여행을 포기해도 될 만큼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가 많은데 굳이 힘든 산부인과 의사를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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