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역의사제 선발전형이 발표되면서 정부의 지역의사 선발 지역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병상이 과잉 공급된 것으로 추계돼 향후 병상 공급 제한이 된 진료권이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되는가 하면, 반대로 향후 병상 공급이 더 필요하다고 추계된 지역은 선발 지역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의사 선발 조건을 오직 ‘중·고교 졸업 사실’만을 기준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학생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지역의사양성법(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엔 구체적인 지역의사 지원 자격이 담겼는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 의대 소재지 9개 권역 14개 시도가 선발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경기·인천도 포함됐다. 다른 지역이 의대 소재지와 인접지역 고등학교 졸업자까지 지역의사 선발전형인 것에 비해 경기·인천은 지역이 일부에 한정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지역엔 가천대, 인하대, 아주대, 성균관대, 차의과대가 존재한다.
이번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된 경기도 의정부권은 병상 과잉으로 병상 공급 제한이 걸린 지역 중 하나다. 사진=보건복지부 병상수급관리계획
문제는 수도권인 경기·인천의 지역의사 선발 지역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우선 경기도는 의정부권(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 남양주권(구리, 남양주, 가평, 양평), 이천권(이천, 여주), 포천권(포천)이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 지역 중 대부분은 병상 과잉 공급, 혹은 조정 지역에 해당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병상수급관리계획'을 살펴보면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 등은 일반병상 과잉으로 병상 공급 제한이 필요한 지역이다.
특히 의정부는 2027년 기준 4653개 일반 병상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수요는 최소 3416개로 적게 추계됐다.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된 의정부는 2027년 기준 4653개 일반 병상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수요는 3416~4176개로 적게 추계됐다. 사진=보건복지부 병상수급관리계획
인천광역시는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된 인천서북권과 중부권은 병상 과잉 공급인 반면 제외된 인천 남부권은 병상 부족 지역으로 꼽혔다.
인천의 경우도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된 인천서북권과 중부권은 병상 과잉 공급인 반면 제외된 인천 남부권은 병상 부족 지역으로 꼽혔다.
사실상 병상 공급 과잉으로 진료와 입원을 줄여야하는 곳에 지역의사를 더 선발하고 병상 공급이 필요한 곳은 반대로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서 빠진 셈이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서울과 인접한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은 의료취약지로 보기 힘들지만 지역의사 선발 지역에 포함된 반면 파주, 고양, 김포, 평택, 안성 등이 제외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A씨는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구리는 한양대병원, 의정부는 가톨릭성모병원, 을지병원이 있고 서울과 매우 근접해 있다. 의료취약지로 보기 힘들다"며 "선발 지역을 특정 도시들로 한정한 것은 심각한 폐해"고 지적했다.
B씨는 "남양주, 의정부에 병원이 있어서 그곳 지역 주민에게 지역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파주는 제대로 된 병원도 하나 없는데, 앞으로 지역의사가 배출될 기회조차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파주는 의료 사각지대인데, 앞으로 의료 무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갈무리
또한 시행령이 학생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씨는 "시행령안은 실질적 지역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전학, 자퇴, 검정고시, 성인 이후 장기 실거주자 등 다양한 합법적 거주 형태를 전면 배제하고, 오직 중·고교 졸업 사실만을 기준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및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의적 차별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D씨는 "경기도 나머지 도시 고등학생들은 대입 원서 지원 기회조차 박탈 당하는 심각한 인권, 학생의 권리, 학습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역시 지역의사제 강행을 비판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지역 강제 근무 지역의사를 대량 양산해 강제로 공급한다고 한다. 이는 질은 상관없고 양만 있으면 된다는 북한식 발상"이라며 "국민들은 서울 유수의 병원에서 최고의 치료를 받기를 원하지, 강제 근무로 근로 의욕이 심각히 저하된 지방 강제 근무 의료진의 진료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의사회 김경태 회장도 "지역의사제 시행령을 보니 정부의 졸속 행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병상이 과잉된 지역에 지역의사를 배치한다고 한다. 한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며 "졸속에 졸속을 더한, 지방선거용 정책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