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거부권 행사 이후 법안 폐기 수순 피하자' 의견도…온건파-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 화해 조성 기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9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관련 내용이 상정되지 않았다. 공은 자연스럽게 오는 16일 국무회의로 넘어가게 됐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 2차 파업에 이어 간호협회까지 단식 투쟁을 선언하면서 국무회의가 예정된 다음주까지 간호법을 둘러싼 정치공방 갈등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1일 2차 파업을 계획 중이며 간호협회는 9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한 상태다. 상황에 따라 간협은 면허 반납 운동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호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계 13개 단체와 간호협회 간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게 되면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도 문제, 거부권이 행사되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1년여가 넘게 간호법 문제로 보건의료계가 분열 사태를 겪으면서 법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향후 당분간은 제대로 된 대화와 협치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호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보건의료계 단체들과 간협 간의 공식적인 소통은 물론이고 물밑 교섭 조차 대부분 단절된 상태로 알려졌다.
의료 정책 특성상 특정 이해단체 간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경우는 많았으나 이번처럼 일 대 다수가 나뉘어져 오래 갈등이 지속된 적은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현재로선 간호법 제정 여부 보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의료계 내 팀 플레이 등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 협업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직면한 최대 과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정부에 이송된 법안을 그 단계에서 중지시키고 새로 마련한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즉시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우선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 이후, 관련 단체 의견을 종합해 법안을 개정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사실상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일단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부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완벽한 법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위해 얼마든지 협의할 의지가 있다. 시행하다 보면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통과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기 때문에 이 때 개별 단체 요구를 모아 수정안을 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여당에서 받은 수정안 제안은 공식적으로 없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지금 당장 법을 수정하라는 여당 요구엔 응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 대표적인 간호법 강경파로 알려진 김민석 정책위의장과 김성주 부의장이 원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어느 정도 법안 중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고 나면 사실상 법안 폐기가 예상되는 만큼, 거부권이 행사됐을 때를 고려해 일부 조항 수정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거부권이 행사되고 나면 법안 폐기로 가는 수순이 예정돼 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신중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간호법과 관련해 최근 당선된 민주당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의 의중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비교적 온건파이자 비명계로 꼽혀 향후 강대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여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기대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무당층을 포함한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선 협치가 중요한 만큼 박 원내대표가 이번 간호법을 시작으로 여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제언 드린다. 정치 복원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며 "국가적 과제와 시급한 민생경제 만큼은 여야가 긴밀하고 속도감 있게 협의해 나가자"며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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