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목표와 배출 의사 역할 '불분명'...지역 인구감소.고령화 따른 의료수요 변화 고려해야
김창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역의사제가 정작 지역의 환자들이 외면하는 의사만 배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환자들이 별도의 제도를 거쳐 의무복무를 하는 의사들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17일 의료정책연구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개최한 의료정책 포럼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지역의사제가 위헌 소지는 물론이고 여러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협 김창수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로 배출된 의사라는 것이 ‘낙인’으로 작용해 사실상 면허가 이원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경우 환자 수와 질환의 다양성 부족 등으로 수도권에 비해 의사들이 역량을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이 같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정책이사는 “지역의 경우 환자 수가 확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의 러닝커브가 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며 “그걸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역민들은 치료를 더 잘하는 의사를 선택하려 할 것”이라며 “지역의료기관들의 진료 수월성을 어떻게 담보할 지가 선결 조건이 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지역의사제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지역의사제의 목표와 배출될 의사들의 역할을 사전에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공중보건의사를 전문의로 대체”하는 제도에 그칠 거라는 것이다. 또 지역의 인구 감소나 고령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를 배출하면, 막상 지역에서 일할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지역은 인구가 줄고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지역의 인구 구조 변화 등을 장기 추계하고 그에 맞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필수의료 중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이 있고 되레 감소하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면 전문의가 배출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할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남의사회 선재명 부회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집중적 지원, 지역의료계와 정책 협의를 강조했다.
선 부회장은 “필수의료 기피 요인과 지역∙공공의료기관의 비효율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역의사제는 국민 혈세 낭비일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법적 리스크 완화, 지역의료 수가, 지역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우수 병원 우선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어 "정책 설계 시에 지역의 필수의료 의사들을 전문기구에 포함하고, 지역의료 문제는 지역의료계와 논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지역의사제에 투입될 재원 문제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회에 (지역의사제와 관련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1명의 지역 의사를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예산과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수 있을지,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 등을 포함한 총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