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 상황 고려하지 않고 공보의만 강제 파견해 논란…지원 미흡해 민간 인력 지원도 끊겨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생활치료센터 61곳 중 권장 의사 인력을 충족한 곳은 21곳(34%)에 불과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현장 의료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력을 신속히 충원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공중보건의사와 민간 의료인력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력 충원 외에도 파견된 의료진에 대한 교육 시스템과 장비 지원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생활치료센터 가동률 50% 넘지만 의사 인력 충족은 34% 뿐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경증·무증상 확진자가 격리 생활을 하는 전국 생활치료센터는 총 89곳으로, 이날 0시 기준 병실 가동률은 52.1%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수용 가능한 인원 2만118명 가운데 1만477명이 입소했으며, 앞으로 9641명이 더 입소할 수 있다. 특히 확진자수가 많은 수도권의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61.9%에 달했다.
입소자가 늘면서 어느 때보다 생활치료센터 내 의료역량의 강화가 필요한 시기지만, 정작 현장의 의료인력 충원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입소 인원을 기준으로 전국 생활치료센터 61곳 중 권장 의사 인력을 충족한 곳은 21곳(34%)에 불과했다. 특히 인천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 5곳은 모두 권장 인력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곳도 3곳에 달했다. 지침상 환자 100인당 최소 3명 이상의 의사가 배치돼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운영지침을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피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인천 연수구에서 개소한 생활치료센터는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관리 부주의로 환자 1명이 치료 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했다. 이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에서 60대 입소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공보의 인력 파견 과정서 지자체 등 현장 상황 고려 안돼
그렇다면 지속적인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도 불구하고 생활치료센터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생활치료센터 인력관리는 중수본 인력관리팀에서 도맡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센터의 경우 중수본 요청에 따라 지자체 공중보건의사가 파견되거나 민간 의사인력이 지원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지자체 소속 공보의가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력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마다 소속 공보의 수가 다르고 현장 상황에 따른 파견 의료인력의 규모가 다르지만 중수본이 일률적으로 인력 충원과 배치를 진행하다 보니 인력 충원 과정에서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생활치료센터에 민간 의료인력 채용이 가장 우선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공보의들이 생활치료센터 의료를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현장 지자체와 생활치료센터의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조율이 없어 인력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150명 가까이 되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은 의사 1인이 2주 내내 담당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런 경우 24시간 당직이 강요된다"며 "의료진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입소자들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커다란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간 의료인력 지원도 ‘애매’…체계적 인력 지원 조율 기능 필요
공보의 지원이 여의치 않지만 대한의사협회를 통한 민간 의료인력 지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지원을 위한 인력풀 자체도 많지 않은 데다 인건비 지원 등 문제가 겹치며 인력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엔 의협이 정부와 수술실 CCTV 설치법안 등으로 각을 세우면서 향후 원활한 협조도 불투명해졌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요청하는 생활치료센터 의사인력 지원에 대한 협조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의협도 인력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인력 부족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는 인건비 기준이 하향되고 일방적인 공보의 배치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신속한 인력 지원을 위해 각 지자체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이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과 장비 지원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세대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염준섭 의료진 파견단장은 "이미 생활치료센터 내 공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인력 지원이 매우 늦었다"며 "인력 지원 체계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장비 지원 등 세밀한 준비와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진수 회장도 "중수본을 통해 생활치료센터 인력 관리와 조율이 필수적이며 의료계 및 지자체와 이런 부분을 충분히 상의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인력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수차례 밝혔지만 묵묵부답이었다"라며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면 원활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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