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23 08:36최종 업데이트 21.09.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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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간호사 마취는 대리마취, 절대 허용 불가…만약 허용하면 마취과 곧 사라질 수도"

조춘규 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 "고령 기저질환자 늘어나면서 마취 난이도 올라가…사법부 판례도 간호사 마취는 불법

건양대병원 조춘규 마취통증학과 교수(대한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술은 위험성에 차이가 있지만 마취는 행위 자체로 굉장한 위험성이 수반된다. 절대 간단히 주사만 놓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 시행을 두고 건양대병원 조춘규 마취통증학과 교수(대한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가 "마취 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는 대리수술과 같이 대리마취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마취과 의사가 단순히 수술 전 마취만 실시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마취에 따른 위험도 모니터링과 통증 조절, 회복까지 총망라한 복잡한 진료행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 질환과 수술 전반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간호사가 마취를 한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조 교수의 견해다.
 
특히 조춘규 교수는 이번 전문간호사법 개정안으로 인해 마취전문의로서 자신들의 존재 자체도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문간호사들이 마취행위와 그 이후 환자 상태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지만 마취는 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마취통증의학과를 수련하려고 하는 전공의도 없어질 것이고 마취과 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마취는 잘못 관리하면 간단한 수술 중에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포폴 투여 사망 사고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며 "마취 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가 시행될 경우, 많은 수의 의료사고는 물론 수술 중 마취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외과에서 마취과가 분리돼 나온 최근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취 건수는 매해 일정한데 고령화로 심각한 기저질환을 가진 마취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 건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현재 저수가로 인해 마취과 전문의를 고용하기 힘든 의료기관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면허고 잔문간호사는 자격이다. 자격증으로 면허범위를 넘어설 순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앞선 사법부 판례를 보더라도 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인천지방법원은 전문간호사가 척수마취를 한 행위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판례를 보면 재판부는 마취액을 환자에게 직접 주사하는 행위를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는 고유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전신마취에 준하는 위험성을 가진 척수마취의 경우는 더욱 의사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는 게 최종 판결의 요지다.
 
또한 재판부는 전문간호사의 마취 행위는 집도의의 구체적인 지시 하에 시행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마취전문간호사 제도의 도입취지, 현재 마취전문의의 수급현황, 의료계의 관행, 외국의 의료현황들만으로는 간호사 마취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과거 미군의 영향으로 군병원 등에서 일부 마취간호사가 양성됐고 2004년 마취전문간호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전 마취간호사가 마취전문간호사로 인정받은 경우는 소수"라며 "최근 법원의 불법판결 등으로 인해 현재 간호사에 의한 직접 마취는 거의 소멸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춘규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전문간호사법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특히 마취통증의학회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환자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 대리마취와 대리수술은 같은 개념이다. 이미 전문간호사의 직접마취는 불법으로 판결이 났고 환자안전을 위협하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나? 마취는 모든 의료행위 중에서 환자를 가장 죽음과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다가 다시 의식의 세계로 끌어 올리는 위험한 의료행위다. 수술 중 출혈, 수술 조작과 변화, 환자의 자체 질병, 마취 자체로 인한 호흡, 심혈관억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하면서 안전하게 수술이 이루어 지도록 하고 마취로부터 회복시켜 최종적으로 병실로 안전하게 보내고 통증까지 조절해 주는 의료행위가 마취다.
 
따라서 마취는 수술처럼 대수술, 소수술의 개념이 없다. 이 두 종류의 수술은 명백히 위험도가 차이 나지만 마취는 잘못 관리되면 간단한 수술 중에도 사망을 유발한다. 프로포폴 투여 사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집도의들은 마취에 대해서 잘 모르며 안다고 해도 주의력의 한계 때문에 수술에 집중하면서 마취관리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취과가 외과로부터 분리됐는데 이제 시대를 역행해 심지어 간호사가 직접 마취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은폐되고 있다.
 
건양대병원 조춘규 마취통증학과 교수(대한마취통증의학회 기획이사)

Q. 간호협회는 현재 전문간호사에 의한 마취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현장은 어떠한가?
 
대리 수술과 마찬가지로 아주 일부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조차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취과 전문의의 공급은 차고 넘친다. 신검, 보건기관, 일반진료, 휴직 중인 전문의들은 언제든지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세상에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가격으로 공급되는 인력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없다. 외과의사가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대리 수술이 이루어지니 대리수술을 허용하자는 말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환자에게 설명과 동의도 받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의료인의 윤리 문제이며 경제적 이유를 빌미로 환자안전을 훼손하면 안 되며 더구나 그 경제적 이익은 불법행위자들과 경영주에게 돌아간다.
 
대도시에 있는 병원들이 마취과 전문의를 아무리 해도 구할 수 없어 마취전문간호사를 고용했다가 마취사고가 나면 바로 당일 혹은 다음 날에 마취전문의가 고용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웃기는 것은 경쟁하는 병원들이 우리 학회로 상대 병원에서 마취전문간호사를 고용해 불법행위를 한다고 고발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취전문간호사가 통증진료를 보는 곳도 있다. 정당하고 적법하게 경쟁하는 동료들을 위해 이제는 더 이상 이런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예정이다.
 
Q. 마취과에서 마취보조를 실시하는 간호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합법적 마취보조간호사와 우려하고 있는 마취전문간호사의 차이가 무엇인가. 

 
마취전문 간호사제도는 과거 법안 없이 미군의 영향을 받은 군병원과 선교사 계통 병원을 통해 일부 양성되다가 1970년대 경 분야별 간호사가 시행령으로 인정이 되면서 마취간호사로 분류됐다. 이후 2004년 마취전문간호사제가 도입됐지만 경과규정으로 이전의 마취간호사가 마취전문간호사로 인정받은 외에 실제 전문간호사 양성과정을 거친 사람은 소수다. 과거 이런 연유로 일부에서 직접 마취를 시행했던 적이 있는데 이 시절은 의료보험도 없는 예전의 시절이다. 사회 환경변화와 법원의 전문간호사 직접마취 불법판결로 현재 소멸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현재를 그 때와 같은 유신시절의 법률로 규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취는 마취전문의도 혼자서 하기에 벅찬 의료행위이다. 나는 마취보조간호사가 아니라 마취간호사라 부른다. 마취전문간호사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제 가져야 할 정당한 이름으로 불리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항상 마취간호사와 팀으로 마취를 시행하며 마취준비, 마취기관리, 투약, 모니터링, 수혈, 감염관리, 회복실 관리 등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하는 업무를 집중적으로 마취과의사와 협력해 수술실에서 같이 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우리와 팀을 이루는 마취간호사들은 회복마취간호사회를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대부분 수련병원급 대형병원 근무자들로서 비교의 대상이 아니며 학문적인 성취 수준, 윤리의식, 회원 수, 대표성에서 당연히 압도하며 마취 분야 간호사들의 대표성은 회복마취간호사회에 있다.
 
Q.전문간호사법 통과 시 마취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실제로 마취 업무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수술전문간호사가 수술을 직접 하면 외과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마취전문간호사가 본인들은 책임도 안 지면서 직접 마취하는데 전공의들은 왜 의대를 졸업해서 마취통증의학과 수련을 받아 직접 책임을 지는 마취전문의를 취득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평생 어려운 환경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몸바쳐 온 의사들은 자신들의 존재가치와 직업의 보람이 짓밟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200여명에 불과한 이들을 위해, 그것도 불법을 합법화시키고 상위법을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하면서 6800여명의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바보 취급하는 것에 참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취중단이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 정부는 마취를 할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 말한다면 ‘전면적인 정부정책의 수용’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Q.마취통증의학과 지원자가 줄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의료인력 감소를 우려해 마취전문간호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아직은 그런 조짐이 없지만 이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전공의 지원자는 당연히 줄거나 없어질 것이다. 지난해 파업 이후 마취업무에 회의를 느껴 마취 분야 전임의 지원이 현저히 줄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 큰 우려를 하고 있다. 거기에 마취 건수는 매해 일정한데 고령화로 심각한 기저질환을 가진 마취 건수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어 갈수록 마취 난이도는 현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배출된 많은 전문의들도 부담감으로 휴직 중이거나, 보건기관, 심지어 한방병원 등에 근무하고 있다. 조건만 맞는 다면 언제든지 마취현장에 투입 가능하다. 문제의 원인은 현재 수가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능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다른 부분으로 일정부분 보충이 가능하지만 일반병원은 고용수요가 줄고 있으며, 수가 때문에 대학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의 근무여건도 아주 열악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이며 소아환자의 어려운 수술을 전문으로만 하는 병원에 제자를 전임의 수련 보냈다. 이런 어려운 환자만 보는 특수병원도 수술실 당 전문의를 한 명에 훨씬 못 미치게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전문의 증원 요구를 수가 타령을 하며 거절하거나 위험에 맞는 대우를 하지 않으니 전문의 충원이 되지 않고 퇴직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그 병원들은 증축, 분원 개설, 확장에 여념이 없다. 고용할 돈이 없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절한 고용조건을 제시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면허이며 전문간호사는 자격일 뿐이다. 자격증으로 면허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다.
 
Q. 법안 강행 향후 학회 계획과 준비 중인 사항이 있는가.
 
지금 당장 모든 계획 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학회는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 정부나 혹은 특정 정치세력이 의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예정이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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