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의료취약지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국립보건의대와 의대 부속병원을 설립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립보건의대 설립 의지를 피력했다.
국립보건의대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적으로 종사할 의료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된다.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국립보건의대 및 의대 부속병원 설치·운영 법안'을 포함한 2건의 유사 법안이 상정된 상태다.
복지부는 일본 자치의대 사례를 본 따 국립보건의대를 설립할 계획이다.
일본 자치의대는 47개 현으로부터 추천받은 2~3명을 선발(연 123명), 의사고시 합격 후 9년간 취약지역에서 의무복무 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 역시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복무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의사들이 국립보건의대에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정진엽 장관은 "도서벽지에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의사 인력 부족"이라면서 "지금도 오지에 가서 진료하려는 의사가 없고, 취약지역에서 의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도 지방의료원은 의사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의료계가 국립보건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의료현실을 들여다보면 자가당착은 의사들이 아니라 정진엽 장관과 복지부 관료들인 듯하다.
의대를 추가 설립하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의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 상황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도서지역을 포함한 의료취약지나 지방 공공병원에 근무하기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의료자원과 이용이 집중되면서 지역의료체계가 약화되고, 의료취약지가 증가하고 있다.
환자들이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이는 다시 비수도권 지역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져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의료취약지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 의료진에 대한 근무여건을 개선하지도 않고 국립보건의대와 그 부속병원을 건립한다고 의료취약지 문제가 해소될지 의문이다.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통해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 공공의료 기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의대를 신설하려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근시안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울산의대, 건국의대, 서남의대, 동국의대, 관동의대 등 지방의대들의 수도권 이전을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지방의료를 살리겠다며 국립보건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발상은 할말을 잃게 할 정도다.
시기와 방법도 적절치 않다.
총선을 한달 앞두고, 그것도 권력 실세가 법안을 발의하자마자 이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정치인 장관이라면 몰라도 의료전문가 장관의 품격에 맞지 않다.
수천억원이 투입되고, 의사인력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어떻게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서둘러 밀어붙이려고 하는지도 납득할 수 없다.
의사협회도 "의료취약지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국립보건의대 설립 등의 미봉책을 세우는 것은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심화 등과 같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어도 의사 출신 장관이라면 전문가답게 의사 공급이 부족하다는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의료계를 설득해야 한다.
의료전문가 장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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