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내과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2일 '메르스 이겨내기 세미나'를 열었다.
정부가 메르스 환자들을 진료하고,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자기 희생한 의료기관의 피해를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의사들은 ‘토사구팽’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정도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정책기획이사인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감염내과) 교수는 2일 대한감염내과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주최한 '메르스 이겨내기 세미나'에서 뼈있는 말을 던졌다.
김 교수는 "또다시 메르스가 유행하면 의료기관들이 정보를 적극 공개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의료기관의 피해에 대해 얼마나 적절한 보상을 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부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메르스 유행이 마무리되면 현명하게 결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의료기관들의 피해를 적극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진정 기미를 보이자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되고 있는데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감염된 의료진을 포함해 이들 의료인이 지금 현실의 영웅이다. 일선 의료진이 사기를 잃지 않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환자들에게는 의료진이 희망"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무원 입장에서 바라보는 의사'라는 글을 통해 "메르스 사태로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 보전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감염이 진정세로 돌아서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꼬집었다.
허대석 교수는 "목숨을 걸고 치료하고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자진폐업까지 감수했던 의료기관 보상에 대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대석 교수는 1645년 영국에서 발생한 흑사병 사태를 언급했다.
당시 에딘버그 시는 전담의사(plague doctor)를 고용하면서 고액 연봉을 약속했고, '조지 래(George Rae)' 라는 의사가 시와 계약을 체결한 후 시민의 절반이 사망한 대참사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런데 시는 흑사병이 진정되자 약속한 봉급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370년 전 Dr Rae가 겪었던 아픔을 대한민국의 의사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의사들은 이 글에 대해 격한(?)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 의사는 "지금 의병(?)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보상에 대한 얘기는 듣고 있지만, 아예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냥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하고 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토사구팽' '보건당국에서 마스크, 소독약 외에 지원한 게 뭐냐' '의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죽창 뿐' '원래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심지어 "너무 억울해 하지 마세요. 에볼라, 홍콩독감 등등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있으니까요"라는 글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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