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올해 1월 직전 회장의 탄핵으로 잔여 임기를 받아 출범한 제43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역대 집행부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임시대의원총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의사에게 불리하고 위협적인 정책이 남발되는 현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잠시라도 정부, 국회와 긴장의 관계를 늦출 수 없어 보인다.
의협 대의원회 임시총회는 통상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나 탄핵의 주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뤄왔다. 상임이사회가 주축이 된 의협 집행부의 현안에 대한 대응조치에 대한 불안감은 임시 대의원 총회를 소집해 그동안 집행부의 대처방안에 대한 구체적 전략과 실행 방안 등을 점검하고 확인해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모색하려는 기회로 해석된다.
현재의 대한의사협회 구조에서 의료 현안에 대한 대처와 협회 차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상임이사회인 집행부의 몫이다. 집행부와 시도의사회 회장, 그리고 대의원 운영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각기 통상 월 1회 정도 집행부 현안 보고를 통한 다소 제한된 범위에서 소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의사회나 미국의사회를 보면 사무국을 운영하는 집행부(우리나라의 상임이사회)와 대의원회, 그리고 시도의사회 사이에서 소통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구조적 뒷받침’이 보다 명확하게 형성돼 있다.
빅이슈 차고 넘치는 현 상황 통합적, 통일된 의사결정체 소통 채널 절실
우리나라에서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회원의 축소 시각은 실행조직인 상임이사회를 간단히 ‘의협’이라고 언급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집행부와 더불어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의 핵심 리더들이 모여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이루고 이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하나의 통일된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소통 구조가 없기에 대의원회나 시도의사회 차원에서는 집행부의 활동 상황을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최소한 대의원 운영위원회, 전국 광역 시도의사회, 그리고 상임이사회가 모여서 중요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업이 있는 상임이사회 임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등 회원들과 함께 원활한 소통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가설적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통합적인 최고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은 대의원 운영위원회는 대의원들에게, 그리고 전국 시도 의사회장단은 시도의사회에 소통해야 할 책임분담이 필요하다.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50명 정도의 이사로 구성된 집행부가 의사협회 차원의 대처를 책임지고 있는 현재의 구조는 의사협회 내의 의사소통에 대한 불만이 만성적으로 제기되는 구조적 불합리성을 갖고 있지 않은지 좀 더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다. 즉 지금의 만성적인 의사소통의 한계를 드러내는 구조로는 매년 임시총회를 열어야 할 판이다.
“협회는 뭘 하고 있는가?”라는 다소 냉소적인 언사는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일부 사안이 민감해 비공식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거나, 논의 내용을 부득이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 속에 억울하면서도 마치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집행부는 1인시위, 삭발, 단식이라도 해야 한다. 이는 회원의 불만을 그나마 약간이라도 달래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의협 회장 선거제도는 정치권의 상대방 죽이기와 같은 원리로 작동돼 의사소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틀린 정보(misinformation), 왜곡된 정보(disinformation)들이 그나마 힘든 소통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를 염두에 둔 선동적 수사가 전문직 단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저급한 정치 문화로 정책의 합리성이나 투명성은 사라졌다. 의사단체 내부도 자체 내 정치활동에 의한 심각한 의사소통 오염을 경험하고 있다.
영·미, 대표성 있는 범의료계 리더 그룹 그랜드 협의체 형성 공동책임 대응
최종 실행 기구이자 의사결정 기구를 미국은 동사회(Board of Trustees), 영국은 ‘Council’을 구성해 의사회의 핵심 리더 모두가 대표성을 갖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협의체를 운영한다. 영국의사회 대의원회(UK BMA Council)는 영국의사회 최고 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의 역할을 맡고 있다. 당연직인 영국의사회 회장, 대표자회의 의장, 부의장, 대의원회 의장, 4개 왕국의 대의원회 의장, 재무로 구성돼 있다.
의협 대의원회와는 매우 다른 성격의 구조인데, 영어 단어의 번역 문제로 이해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영국 대의원회 선출(임명)직은 정관상 58~74명이다. 대의원회는 현재 69명으로 구성돼 있다. UK 전 지역과 직역(산하 위원회 전체)으로 안배되어 있고, 4개의 왕국은 다시 지리적으로 세분하여 지역 대표성을 부여한다. 대의원회 의장의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특별한 경우 그 이상의 임기 연장도 가능하다. 직역의 분배는 일반의, 고문 전문의, 직원 전문의와 준 전문의, 젊은 의사회, 공중보건과 지역사회의, 의학회, 군진, 산업보건, 은퇴 의사, 의과대학생, 기타 모든 직역을 총망라한다. 회원 모두를 대표해 중요 의사결정을 위해 정기 대의원회의(meeting)는 2개월마다 하루 종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영국의사회의 합법적인 직무수행의 책임은 분명히 대의원회(Council)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의원 총회와 같이 최종 의사결정 기구는 모든 지역, 직역 대표가 참가하는 연례대표자회의((Annual Representative Meeting)로써 총 4일간 연속으로 진행한다. 대표자 회의에서 결정한 정책에 따라 영국의사회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다. 대의원회는 상설적 운영으로 정책 수립의 책임을 지고 있다. 지역 의사회는 연례대표자회의 결정 사항의 수임과 실행을 담당하는 조합의 핵심 수행 기구로 이사회 등 중앙부서 위원과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위원회나 실무그룹의 구성 권한을 갖고 있다. 연례 대표자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6개월 내 대의원회를 통해 검토한 후 그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의사회 최종 실행 기구인 대의원회의는 연간 6회에 걸쳐 아침저녁까지 이어지는 하루 풀 일정의 회의를 개회한다.
미국의사회는 Board of Trustee(동사회)를 구성해 대의원회(House of Delegates)의 수임 사항을 실행한다. 대의원회가 최종 의사결정 기구라고 한다면 실무 집행 기구는 동사회가 담당한다. 미국의사회 동사회(BOT)는 올해에만 6회 이상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다. 매회 마다 1일에서 4일간 연속 회의를 진행한다. 2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전, 현직 회장, 차기 회장(President), 현직 대의원회 의장, 대의원회 부의장(Speaker), 현직 동사회 회장, 전임 동사회 회장을 포함하는 당연직과 12명 무임소 이사와 그 외 젊은 의사회 이사, 전공의 이사, 사회 이사, 의과대학생 이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급한 정치적 헐뜯기 구조 탈피 건설적 논의구조 형성해야 대응력 향상
이와 같이 영국과 미국의 의사단체 운영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대한의사협회가 최선의 의사소통을 위해 상임이사회,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등의 주요 구성단체의 핵심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주요 의사결정을 같이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영, 미의 경우 대의원회나 동사회가 한 번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이를 위한 준비모임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통’에 투자하는 셈이다.
의사회 구조에 대한 국제 제도 비교는 대한의사협회가 250명 구성의 대의원회와 약 50여명의 상임이사회, 그리고 16명의 회장이 있는 시도의사회 모두가 직무수행 공유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새로운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참고문헌>
J Korean Med Assoc 2020 June; 63(6):330-336영국의사회의 거버넌스
https://www.ama-assn.org/about/board-trust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