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4 13:57최종 업데이트 23.11.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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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한국 보다 많은 영국, 암 진료 지표 낙제점…"의사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해결되나"

4가지 지표서 영국 암진료시스템 '목표 달성 실패'…나라별 의료정책 접근방법 달라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암 진료 시스템이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의사를 늘리고 공공병원을 짓는 것 보단 각 나라 상황에 맞는 의료시스템 개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공공의료 천국으로 불리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암 진료 시스템이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영국은 임상 의사와 공공병원 병상 숫자가 한국 보다 많지만 필수 암 사망률은 한국에 비해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의사를 늘리고 공공병원을 짓는 것 보단 각 나라 상황에 맞는 의료시스템 개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한다. 

영국 환자 26%는 암 의심되도 2주 이내 전문의 진찰 못 받아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 연구 기관인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는 지난 10월 '2023년 영국 NHS 암 진료 시스템'에 대한 최신 평가 데이터를 공개했다. 

영국 암연구소 평가에 따르면 NHS 암 진료 시스템은 낙제 수준이다. 4가지 지표에서 모두 목표 달성 실패(Target Missed)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를 요약하면, NHS 내 암 수술 대기 시간이 지속적으로 길어지고 있으며 첫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NHS는 암 환자를 일반 주치의(GP)가 긴급 의뢰하면, 2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고 2개월 동안 1차 수술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정상적인 의료체계에선 2개월 내에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85% 정도로 유지돼야 한다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GP 의뢰 이후 2주 이내 전문의 진찰을 받은 환자는 74.8%에 그쳤다. NHS는 암 의심에 대한 GP 의뢰 이후 2주 이내 진찰 비율을 93%로 설정하고 있지만 2020년 이후 NHS는 해당 수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영국 암 진료시스템 평가 지표. 사진=Cancer waiting times: Latest updates and analysis, Cancer Research UK.


GP 의뢰 이후 28일 이내 환자가 관련 암 관련 진단을 받은 비율도 71.6% 밖에 되지 않았다. NHS의 해당 목표치는 75%이지만 2021년 10월 도입 이후 목표치는 한 번도 달성되지 못했다.  

또한 암 의심 긴급 진료 의뢰 이후 2개월 이내 첫 치료가 시작되는 비율도 62.8%에 그쳤다. NHS는 85%라는 자체 목표치를 2015년 이후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2023년 1월 역대 최저치(55%)를 기록했다. 

영국 암연구소 미셸 미첼(Michelle Mitchell)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NHS 노력에도 불구 영국에서 모든 암 대기 시간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긴급하게 필요한 치료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키워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는 영국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자금 부족을 겪어온 결과로 문제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더 많은 재정을 암 예방과 진료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의료접근성 세계 1위…나라별 의료정책 접근방법 달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 암 사망률은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인구가 164.8명에 그치지만 영국은 224.3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4.2명이다. 

반면 공공의료 인프라나 의사 수는 영국이 한국 보다 더 많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한국이 2.5명인데 반해, 영국은 3명이다. 인구 1000명당 공공병원 병상 수도 한국은 1.2개이지만 영국은 2.4개나 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어느 국가 보다 의료 접근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히 의대정원을 늘리고 지역에 공공병원을 난립하는 1차원적인 접근은 대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국은 OECD 평균 2.5배 더 많은 진료를 받고 있지만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영국이나 OECD 평균보다도 적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영국이 12%에 달하지만 한국은 8.4%에 불과하다. 한국이 높은 의료접근성으로 인해 많은 진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인 9.7% 보다도 낮아 매우 효율적으로 의료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은 "암은 한국 전체 사망원인 1위 질병으로, 암 분야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중 하나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암 생존율이 가장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미국 보다도 암 생존율이 높다. 이는 대장암, 직장암 등 전문 분야에서 전문의가 직접 수술하는 비중이 99% 가량으로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50% 정도다"라며 "대형 병원 중심으로 수술 증례가 많다 보니 의료 질 자체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접근성은 한국이 세계 최고다. 의료 시설 이용 현황을 보면 항상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차로 20~30분만 가면 병원에 갈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나라별로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부작용도 없고 효율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암병원장은 "지금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역필수의료를 개선할 수 있도록 수 증원 보단 인력배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필수 주요 질환은 시도 거점병원에서 모아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특화된 병원을 만들어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지, 의료 질을 지역별로 완전히 똑같이 만드는 일은 어떤 선진국도 못하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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