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3.01 10:53최종 업데이트 21.03.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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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장(腸) 내에는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을까?

[칼럼] 김용성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DCN바이오 부사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수년간 인간과 미생물에 대한 강의나 신문 기사에서 빈번하게 언급돼 눈길을 끌던 내용은 인간의 세포수보다 10배나 더 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에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균:인간(B:H)의 세포수 비율이 10:1이라면 그렇게 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때문에 청중이나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매우 효과적인 포인트로 사용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균수에 대한 이 거대한 숫자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확실한 내용이 그동안 검증 없이 논문에 계속 인용돼왔고 다양한 미디어에서도 등장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세균:인간(B:H)의 세포수 비율 10:1이라는 비율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의 Sender 등이 네이처와 사이언스를 비롯한 유수의 학술지에 출간된 논문에서 "인간에 공생하는 세균의 수는 100조개 혹은 인간의 세포수보다 10개가 많다"라는 문장에 대해 참고문헌으로 제시된 논문들을 찾아봤다. 
그림=세균과 인간의 세포비 10:1에 대한 기원을 추적해보면 1972년 논문에 도달한다. Sender et al. Cell 2016

대부분의 논문은 1977년 Savage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논문에서는 "인간은 약 1013개의 진핵세포로 이뤄져 있고 피부와 장에는 약 1014개의 원핵 및 진핵세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100조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그중에 10% 정도만 동물(=인간)의 세포이다"라고 기술돼 있다. 그런데 이 논문 역시 더 오래된 1972년 Luckey의 글을 인용한 것이었다.(그림)

Luckey는 장의 부피를 약 1L(약 1kg)로 정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장내용물 1g당 1011개의 세균이 존재한다고 가정해서 장내 미생물의 총 수를 1014개로 대충 계산한 것이다. 대부분의 논문에서 참고문헌으로 1972년 Luckey의 글 대신 1977년 Savage 논문이 인용된 이유는 이 원고가 정식 논문이 아니고 제2회 Intestinal Microecology(장내 미생물 생태학) 국제 심포지움 책자의 서문이었기 때문이다.

또 B:H는 10:1이라는 비율이 나오는 계산에서 세균의 수 뿐만 아니라 인간 세포의 수도 계산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Luckey의 계산에서 사용된 인간 세포수 1013개는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는다. 그만큼 검증 없이 대충 계산됐다는 것이다. 의심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의생명 과학계에서 이 내용이 무려 40년간 그대로 사용됐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2014년에 와서야 이 비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2016년 Sender 등이 새로운 계산방법을 통해 새로운 B:H 비율을 보고했다. 이 연구에서는 인간의 세포수도 다시 계산했는데, 적혈구가 세포의 무게로는 체중의 4%밖에 되지 않지만 숫자로는 전체 세포수중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경교세표(8%), 혈관내피세표(7%), 피부 섬유세포(5%), 혈소판(4%), 골수세포(2%) 등이 인간 세포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균수를 계산할 때는 세균의 대부분이 존재하는 대장의 내용물 무게를 남녀 각각 420g과 480g으로 참고치를 삼아 계산했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B:H 비율이 70kg 표준 남성의 경우 1.3:1(38조:30조), 그리고 63kg 표준 여성의 경우 2.2:1(44조:21조)였다.
자료=각 논문, 김용성 박사 

또 세균의 숫자가 인간세포의 수보다 10배나 많다는 주장만큼 많이 언급되는 것은 세균총의 유전자수가 인간의 유전자수보다 월등히 많다는 내용이다. 유전자수를 한번 대략적으로 계산해보자. 대장내에 1000세균종이 존재하고 각 종마다 2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대장내에는 약 200만개의 세균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유전자가 약 2만개로 알려져 있으므로 우리 몸 안에는 인간의 유전자에 비해 세균의 유전자가 100배 더 많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유전자 비율은 단순하게 세포 숫자가 10배 더 많다는 이전의 주장보다 공생 세균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있어 더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 몸의 세균수에 대한 논란은 40여년간 별 생각없이 회자되던 주장을 다시 확인해야 할 만큼, 공생 미생물총의 중요성이 커진 것과 함께 최근 엄청난 양의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5년전에 발표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일부 연구자들은 오래된 논문의 서론을 베끼다 보니 명확한 근거 없이 계산된 '10:1'이라는 비율을 강의나 논문을 작성할 때 계속 언급하고 있다. 

물론 B:H 비율이 10:1에서 1.3~2.2:1로 줄었다고 해서 우리 몸의 미생물총이 가지는 건강과 질병에서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주장은 그동안 인간에 공생하는 미생물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그 역할을 충실히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새로 보고된 B:H 비율 역시 진균,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등 세균외의 다른 미생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도 미생물총에 대한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내용이 쏟아질 것이다.

혹시 아는가? 모든 미생물을 다 고려해보면 10:1이 정답일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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