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누웠다 일어나는 순간이나 장시간 서 있을 때 발생하는 기립성 어지럼증은 노년층은 물론 젊은 연령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정확한 진단과 원인별 맞춤 전략이 핵심으로, 생활습관 교정과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필요 시 미도드린, 드록시도파 등 약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 및 야간 고혈압(Supine hypertension)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은행잎 추출물은 항산화, 혈관 확장, 항응집 기전을 통해 뇌 혈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기존 연구에서 전신 혈압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도 부분적으로 뇌혈류 증대를 보였다는 자료가 있다. 그러나 아직 대규모 무작위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실제 적용하려면 다른 심혈관 약제∙항혈소판제 병용 여부 등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임상적 근거가 축적된다면, 기립성 어지럼증 환자 관리에 은행잎 추출물이 보조요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은재 교수는 최근 '기립성 어지럼증의 관리와 치료' 웨비나를 통해 최신 논문 근거를 바탕으로 은행잎 추출물과 뇌혈류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고혈압저널(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평균 79세 고령자 3069명을 대상으로 고용량 은행잎 추출물(240㎎/일) 투여군과 위약군을 비교해 혈압과 고혈압 발생률을 중앙값 6.1년 추적 관찰했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 은행잎 추출물은 혈관 확장을 주요한 기전으로 가지고 있음에도 전신 혈압을 낮추지 않아 기립성 저혈압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소규모 단일 광자 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SPECT), 자기공명영상(MRI) 연구에서 뇌혈류 증가(특히 후두엽, 두정엽 등)가 관찰됐고 안전성 프로파일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중·노년 남성을 대상으로 은행잎 추출물 120㎎을 사용한 연구에서는 전체적으로 백질과 회백질에서 유의한 뇌혈류 증가, 좌측 두정-후두 영역(백질)에 경미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류 증가가 확인됐다. 표본 수가 적어 후속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지만 정상 노인에서도 뇌혈류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공식적인 언급은 제한적이지만, 현장에서는 기립성 저혈압, 기립성 빈맥에서 은행잎 추출물을 보조적 옵션으로 시도해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만 임상 연구가 더 필요하며, 다량의 항혈소판제, 항응고제와 병용하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웨비나 참석자들은 기립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은행잎 추출물 사용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고용량으로 사용했을 때 출혈 위험이나 속쓰림 문제 발생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은 항혈소판 작용이 조금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출혈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대규모 데이터는 없다. 3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해외 연구에서 240㎎ 용량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가끔 속쓰림을 호소하면 용량을 낮추거나 복용 시간을 조절하곤 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과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의 병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환자가 항혈소판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은행잎 추출물 사용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병용 처방 시 출혈 관련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실로스타졸과 같은 항혈소판제와 병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고용량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혈소판 등이 낮아 출혈 위험이 높거나 위장관 출혈 등 현재 활동성 출혈(active bleeding)이 있는 환자라면 병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립성 저혈압이나 기립성 빈맥에 대한 실제 사용 경험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는 은행잎 추출물을 보조적으로 많이 투여하고 있다. 특히 혈압을 과도하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뇌혈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했다.
적절한 사용 용량으로는 240㎎이 효과 면에서 유리해 보이지만, 소화기 자극 등 부작용이 좀 더 생길 수 있으니 환자 상태에 따라 120㎎부터 시작해보기도 한다고 처방 경험을 공유했다.
밤에 누워 있을 때 혈압이 올라가는 누운자세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 관련 이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은 전신 혈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경험 상 누운자세 고혈압 때문에 약물을 중단하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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