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추출물, 주관적인지장애는 물론 치매 환자서도 인지 개선…240㎎ 투여시 유의한 효과 나타나
사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가 '대한뇌졸중학회 Stroke Update'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며 임상재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콜린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인지기능개선제로 SK케미칼의 기넥신과 같은 은행잎추출물이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2021년 발표한 합의문에서 은행잎추출물이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4건 이상에서 경도인지장애(MCI) 증상 개선을 입증했고, MCI 증상 치료에 대한 기존 지침에서 권장되는 유일한 약제(Class I, Level A)라 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는 22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Stroke Update' 런천 심포지엄에서 '차세대 신경보호제: 은행잎추출물'을 주제 발표를 통해 기넥신의 인지기능개선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소개했다. 심포지엄 좌장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남효석 교수가 맡았다.
우 교수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로, 조사 결과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치매지원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치매 진단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9년 데이터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80만 명 정도였으며, 현재 노인 10명 당 1명이 치매로 추정되는 만큼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치매 예방과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잎추출물은 기존에 혈액순환개선과 어지러움 치료제로 많이 사용됐는데 최근 뇌 기능 장애 치료제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우 교수는 "은행잎을 분석해보면 플리보노이드와 빌로발라이드, 징코라이드 성분이 있다. 이 가운데 플라보노이드와 징코라이드는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빌로발라이드는 신경보호효과를 가진다"면서 "은행잎추출물은 신경발생 및 시냅스 생성을 증가시키고 미토콘드리아의 DNA 산화를 방지하고 미토콘드리아막을 안정화시키며 타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화 방지와 타우의 생성 감소 등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주며, MCI와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등에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이제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MCI 환자에게 은행잎추출물이 권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은행잎추출물을 이용한 다양한 인지기능개선 임상시험 데이터를 소개했다. 먼저 젊고 건강한 피험자에게 6주간 은행잎추출물 120㎎을 투여한 연구에서는 대상자가 건강인임에도 정보 처리 능력과 계산 능력 개선은 물론 시각이나 단어에 대한 기억력 개선이 확인됐다.
주관적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지저하 예방 장기 연구에서 은행잎추출물 240㎎을 42개월 투여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효과를 보였으며, 마찬가지로 주관적 인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5년 이상 240㎎을 투여했을 때 알츠하이머 발생률이 절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관적 인지장애 환자에서 은행잎추출물을 240㎎ 투여한 결과 작업수행능력(인지기능, 기억력, 집중력)과 삶의 질 개선이 확인됐고, 그 중에서도 인지 기능이 좀 더 낮은 사람에서 그 효능이 통계적으로 더 유의하고 일관적이었다.
ASCEND 합의문에서는 은행잎추출물이 MCI 환자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Class I, Level A), 출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없으며(Level A), 은행이추출물과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 사이에 유의한 상호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Level B)고 권고한다.
우 교수는 "리얼월드에서 조사했을 때 MCI 환자에서 은행잎추출물 처방했을 때 치매 발생 위험이 절반 정도 감소됐다. 또한 보호자들을 힘들게 하는 MCI 환자의 신경정신과적 증상도 개선을 보였다"면서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은행잎추출물 240㎎을 투여했을 때 인지수행력 향상을 조사했을 때 MoCA 스코어가 올라가고 전반적인 인지 향상이 관찰됐다. 경증~중등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도 대조군에서는 인지 저하가 나타나는 반면 은행잎추출물 치료군에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은행잎추출물 240㎎을 투여했을 때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난 반면 160㎎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결과가 뉴트럴했다. 그래서 MCI나 치매 환자에게 은행잎추출물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240㎎을 처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 교수는 "콜린제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약물로 은행잎추출물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인지 기능 개선에 대한 은행잎추출물의 연구가 여러 가지 나오고 있고, MCI 환자를 대상으로 지금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있는 만큼 점점 근거가 쌓이고 있다. MCI 환자 또는 치매가 걱정되는 환자를 진료할 때 기넥신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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