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내부 직원의 46억원 횡령 사건으로 여야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 건보공단은 이미 수년 전부터 비슷한 횡령 사건을 겪었으나 재발을 막지 못했고,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 여직원 몰카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으로 알려져 건보공단의 기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치러진 첫 건보공단 국정감사인 만큼 전 정권이 추진한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평가를 놓고 여야 의원 간 공방이 이어졌다.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상반된 평가 속에 문재인 정권 시절인 지난 12월 말 부임한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정책이라며 고쳐야 할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안일한 공단 시스템이 낳은 ‘46억 횡령 사건’…강도태 이사장 “공단 경영 전반 혁신 계기로 삼겠다”
13일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공단 직원의 46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었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전대미문의 대규모 횡령 사건에 혀를 내두르며, 해당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부실한 공단 시스템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공단이 운영하는 돈이 100조원이 넘는다. 안전하게 지켜져야 할 국민 혈세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고 질타하며 “공단이 보고한 사건 경위를 보면 건강보험비 지급 결정부터 등록, 수정, 승인, 결재까지 팀장이 혼자서 다 하는 시스템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위 의원들은 공단이 최초 횡령이 발생한 5개월 후에야 관련 사실을 알아챘고, 체계상으로 팀장이 전결권을 가지고 있어 감시가 되지 않았던 정황 등을 들어 공단 시스템의 구멍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은 “공단과 같은 공기업에서 46억원이라는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것은 역대급이다”라며 “건보공단의 근무 기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며 공단 강도태 이사장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대부분 횡령 사건은 피의자가 한두 차례 횡령을 저지르고 바로 검거된다.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교차검증 등으로 곧바로 적발되기 때문이다”라며 “공시 자료를 보면 피의자가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4월 이후 총 3차례 감사를 했는데도 감사망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공단 내 횡령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공단에서 2010년 이후 총 5건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는데, 횡령한 직원에게 월급은 물론 퇴직금까지 지급한 사례가 있다”며 “횡령한 직원에 대한 급여지급 중단, 퇴직금 전액 환수 등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리지 않으면 부당행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6년 전 횡령 건은 액수가 작아 직원 파면으로 끝이 났다”며 안일한 공단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밝혀지지 않은 추가 횡령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라며, “금융 전문가 등과도 협의해 공단 내 횡령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남 의원은 “이번 사건 외에도 최근 건보공단 내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사건도 일어났고, 여직원 몰카 및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또 코로나 재확산 시기 임직원 80명이 1박 2일로 워크샵을 간 사건 등 공단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너무 많다”며 “사과로 끝날 게 아니라 종합적인 시스템 개선안을 국민에게 내 놓지 않으면 공단 신뢰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최근 강원 원주경찰서는 공단 여성전용 체육단련장에서 운동 중인 여성 직원을 촬영한 혐의로 공단 소속 직원 40대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에 있다.
이 같은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강도태 이사장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여러 원인 등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공단을 믿고 맡겨 주신 국민께 사과 드린다”며 “이번 횡령 사건 뿐 아니라 공단 경영 전반에 대해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케어’ 평가 놓고 여야 공방…여 "건보 적자 초래" vs 야 "혜택 받은 국민 많아"
이날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간에 ‘문재인 케어’를 둔 신경전도 이어졌다. 특히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맡아 문 케어를 진두지휘했던 강도태 공단 이사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지난 5년간 건보 지출은 2017년 57조원에서 2021년 77조6000억원으로 1.36배 증가했고 2019년에는 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문재인케어의 보장 목표는 70%였지만 2017년 62.7%에서 고작 2.6%p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받는 혜택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정작 국민에게 떠넘긴 보험료는 매년 평균 2.9%씩 상승했다. 게다가 재정건전성 문제로 적립금 고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초음파, MRI 급여화로 인해 과잉 진료, 의료 쇼핑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며 건보 재정 건전화를 위해 문재인 케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라며 “이 비판이 왜 온당하지 않은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은 초음파, MRI 진료 현황 진료 건수 비교표를 공개하며 초음파 인원 대비 건수는 2018년 1.2회, 2021년 1.5회로, MRI는 2018년 1.3회, 2021년 1.4배로 소폭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잉 진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조차 급여화가 됐다고 해서 MRI나 초음파를 의료 쇼핑하듯이 과다하게 이용하지 않았다. 비싸서 초음파, MRI 진료를 받지 못했던 국민이 급여화를 통해 적정하게 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일부 과잉진료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어떠한 정책에도 상호 관리로 관리해야 할 부작용이지, 문재인 케어만의 문제점은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로 전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정부는 늦어도 11월 초에 건강보험 지출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필수 의료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는 했지만, 개혁안의 방점이 재정건전성 제고에 찍혀 있고 이에 따라 보장성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문재인 케어의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윤석열 정부에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야당의 발언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동안 이렇다 할 정책 성과가 없다 보니 문케어라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효과를 극대화시켜서 말씀하시는데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종성 의원은 “문재인 케어도 물론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예산이 18조~20조원이 들었다. 재원이 투여된 만큼 효과가 있었나”라며 “모든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는) 대상자 선별, 급여 항목에 대한 점검과 비급여 통제로 인한 풍선 효과 등을 막기 위한 정밀한 제도 설계 없이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2~3인실 상급병실료 급여화를 위해 7800억을 투여한 것과 문케어 추진을 위해 건보공단에 인력을 대폭 충원한 것을 놓고 '재정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야 공방 속에서도 강도태 이사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해외에 비해 낮은 편이다"라며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지적된 부분은 고치고 필수의료, 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 강화 부분은 보완해 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 같은 공방 속에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이종성 의원의 발언이 동료 의원의 발언을 비하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해 이종성 의원이 국감 중 사과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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