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10 13:54최종 업데이트 24.09.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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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여야의정 협의체'는 찬성하면서 '2025년 증원 유예'는 반대하는 이유

의정갈등 해결에 나서는 모양새 취하면서 의료계 받을 수 없는 카드 제시해 책임 전가

지난 4월 9일 부천 세종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와 국회가 나서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 상태론 사태 해결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주장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근본적 대화 의지'에 있다. 사실 대통령실은 의료공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여당이 제안한 협의체 구성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 대화를 통한 협의 의지는 크지 않은 상태다. 

정계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대화 의지의 진정성은 정부가 그동안 보여왔던 의대증원 기존 원칙을 수정했는가 여부를 봐야 한다"며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는 의정갈등을 위해 입장을 일부 양보한 것처럼 메시지를 내지만 실제 기본 원칙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2025년 증원을 제외하고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통일된 의견을 내놓으면 언제든 의대증원 논의에 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정부는 최근 "2026년 0명 증원을 전제로 대화가 가능하다"며 갈등 해결을 위해 일부 입장을 양보한 것처럼 메시지를 냈지만 실제 기존 대전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언어적 수사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찬성하면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제로베이스 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완화됐지만 결국 2025년 의대증원 유예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은 그대로 고수했기 때문이다.   

즉 의료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2025년 의대증원 논의 불가'라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우리는 대화 준비가 됐지만 의료계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9일 "2025년 의대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며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줘야 대화가 헛돌지 않는다. 의료계가 수용 불가능한 주장만 고집하며 시간 끌지 말고 의료계를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부를 수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역시 "2025년 의대증원은 정부의 마지막 마지노선인 셈이다. 여기까지 양보하면 지금까지 수개월 동안 외쳤던 의료개혁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2025년 증원된 정원은 끝까지 지키면서 의정갈등 해결에 나서는 것처럼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며 의료계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시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이 본격적으로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독촉한 9일은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되는 날이다. 즉 9일 이후부턴 의료계가 아무리 '2025년도 의대증원을 재논의하자'고 주장해도 정부는 '수시 접수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다시 정원을 조정하게 되면 대입 현장 혼란이 가중된다'는 정치적 명분을 갖게 된다.

한 사직 전공의는 "대입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는 핑계로 정부는 사태 해결의 주체인 전공의들의 요구 조건인 '2025년 의대증원 재논의'는 제외한 상태에서, 협의체에 들어오라며 의정갈등 해결의 책임만 의료계로 전가하고 있다"며 "이는 절대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계 내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고 하면서 2025년 의대증원 재논의는 제외한다고 한다. 이는 실제론 통일된 안을 가져올 수 없도록 전공의와 의대교수 등 각 직역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며 "대외적으론 우리는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치적 명분을 쌓고 반대로 의료계는 스스로 분열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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