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산삼약침으로 각종 말기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광고로 환자와 보호자를 현혹시킨 한의사와 한방병원 사무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법을 위반해 사무장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비의료인 병원 사무장과 월급을 받으며 원장으로 근무한 한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상행위'를 한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판결 직후 이 둘을 법정 구속하는 철퇴를 내렸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산삼약침 치료로 피해를 입고 사망한 암환자 유가족이 한의사 및 사무장을 사기죄와 의료법 위반죄로 고소한 형사소송 2심에서 한의사 A씨를 상대로 징역 1년 6개월형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병원 사무장인 B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한의사 A씨는 2012년 간암 말기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산삼에서 추출한 ‘진세노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약침을 정맥으로 투입하면 항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며, 6개월 간 4260만원을 받고 암환자에게 산삼약침을 투여했다.
하지만 해당 환자는 산삼약침으로 오히려 간이 상해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산삼약침 치료가 끝난 2개월 후 사망했다. 환자 유가족은 해당 한방병원에서 처방한 산삼약침의 성분이 허위라는 사실을 접하고 해당 한방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먼저 한의사인 A씨가 산삼약침을 투여한 것을 놓고 “산삼약침은 아직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의료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한의사가 시술하고 있지만, 의학적 효능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한의학적 처치라고 확정하기 어렵다”며 “한의사가 시술해도 무면허의료가 되는데 심지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여러 사람에게 산삼약침 투여를 시킨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무면허의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산삼약침이 말기암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것을 놓고 “산삼약침 성분에 들어있는 진세노이드는 암환자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성분이었다. 그런데 홈페이지나 환자에게 이 약물을 맞으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고, 일부 환자는 산삼약침을 맞고 오히려 더 안 좋아졌는데 이를 은폐하려한 증거가 인정돼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한의사 A씨가 근무하던 병원이 비의료인인 B씨를 사무장으로 하여 운영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인가 여부에 대해 “비의료인인 B씨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사들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병원이 본인 것이라고 말한 사실, 또 한의사 A씨 등에게 급여를 올려주겠다고 말한 부분을 살펴보면 병원은 사무장인 B씨의 소유라고 보는 게 맞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상인이 아니기에 상행위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해서는 안된다. 그런 부분에서 피고인들이 선을 많이 넘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한의사 A씨와 사무장 B씨 두 사람을 구속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이런 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기댈 곳이 없는 말기 환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고 법원의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 홍보이사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서 검증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은 환자에게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한방병원이면 많은 의료진이 환자를 잘 봐줄 것처럼 보이지만, 불법적으로 고용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는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은 유감스럽다. 사무장병원은 환자를 생각해선 존재해선 안 된다. 불법적인 사례를 통해서 앞으로 환자 피해가 없도록 협회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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