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의 호흡곤란은 꼭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세요!"
폐동맥고혈압(PAH, 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을 오랫동안 치료해 온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가 같은 의사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신에 작용하는 일반 고혈압과 달리 심장과 폐 사이의 폐동맥에서 높아지는 혈압, 인구 1만명당 1명씩 발생하는 '특별한 고혈압'이다.
젊은 여성에서 잘 나타나는 폐동맥고혈압은 고아의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예전에는 약값이 지금보다 더 비쌌던지라 젊은 여성이 평생 약을 먹다 보면 가난해졌다. 더구나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어서 어렵게 치료하다 죽곤 했다.
그래서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유독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희귀질환이다보니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의 인지도도 낮아 진단이 어렵다.
국내 추정 환자 5000명 중 730명으로 14%가 치료받고 있으며, 86%의 환자는 숨어 있다(심평원 2012~2015년 통계자료).
"요즘은 옛날과 달라요. 약이 좋아져 진단만 빨리 해도 오래 삽니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들은 말기가 되어서야 병원에 와요. 그때는 굳을 대로 굳어져 혈관을 넓히기가 어렵습니다. 일선 의사들의 관심과 그로 인한 조기 진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김 교수를 만나 폐동맥고혈압의 증상과 혼동할 수 있는 질환, 진단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들어봤다.
폐동맥고혈압은 어떤 질환인가요?
"흔히 전신 고혈압과 혼동하는데, 전혀 다릅니다. 오른쪽 심장은 피가 폐로 가도록 해주고, 왼쪽 심장은 몸으로 가도록 하는데 왼쪽 심장에서 나오는 게 일반 고혈압입니다. 폐로 가는 고혈압은 굉장히 드물지요."
질환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폐로 들어가는 동맥이 좁아져서 발생합니다. PAH의 대부분이 원인을 모르는 원발성이고, 2차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루푸스·피부근염·피부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과 동반되는 폐동맥고혈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피부경화증 환자를 빼면 증상이 경미해서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외에도 심장질환과 폐질환이 있으면 PAH가 발생하는데, 2차적인 것이라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좋아집니다."
PAH의 일반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평소에는 정상이다가 갑자기 운동하거나 긴장하면 어지러워하면서 기절합니다. 깔깔깔 웃다가도 기절합니다. 그러다 5~10분 후 멀쩡하게 깨어납니다. 즉, 갑자기 생기는 호흡곤란, 어지러움, 기절 등이 큰 특징입니다.
대개 처음 겪는 증상은 운동시 호흡 곤란, 계단으로 2~3층 올라가거나 등산할 때 다른 사람보다 숨을 훨씬 헐떡거리며 꼼짝 못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런 증상이 금방 풀리니, 다시 잊고 잘 지냅니다. 의사가 나중에 물어봐도 대개는 숨차지 않는다고 답하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 PAH를 진단하게 되나요?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X-ray, 청진기로는 정상 소견이 나타납니다.
그보다는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개인의원에서는 해당 장비를 구비하기 어렵죠.
대신 요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앱(S헬스)이 있습니다. 이 앱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100%가 나오는데, PAH 환자는 95%, 심지어 91~92%가 나옵니다.
이런 환자들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지요. 이를 통해 폐동맥고혈압을 예측할 수 있고 심장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기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낮고 심장초음파 검사로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전문병원으로 보내시면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오진되는 비율이라던지, 자주 혼동되는 질환이 있나요?
"호흡곤란 환자 중 천식과 PAH 진단율이 10대 1정도 됩니다. 흔히 천식이나 X-ray 상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식도경련, 공황장애 등과 혼동 진단됩니다.
특히, 폐색전증과의 혼동이 가장 큽니다. 검사 양상과 증상 자체가 비슷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폐색전증은 색전된 피덩어리만 녹이면 바로 폐동맥고혈압이 좋아지므로 치료방법이 전혀 다릅니다."
환자 진료 시 의사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원인이 확실치 않은 호흡곤란, 특히 운동시 갑자기 심해지는 호흡곤란, 더 나아가 머리가 어지럽고 기절한 경험이 있는 호흡곤란 환자는 반드시 PAH를 의심해서 폐동맥고혈압을 진료하는 전문과(호흡기내과나 순환기내과)에게 진료 의뢰를 고려해야 합니다."
어려운 진단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의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최신지견을 통한 공부입니다. 과거에는 PAH가 불치병이었지만, 20년간 약물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생명을 잃지 않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에 발견하면 자기 생명대로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도 완전히 말기에야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들이 조기에 잘 진단해서 환자가 적정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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