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27 16:16최종 업데이트 22.10.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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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주장하려면 차라리 의약분업 폐기하고 선택분업 도입하자"

대개협·소청과의사회·서울시의사회 등, 생동성시험의 불완전성으로 약화사고 우려‧의사 처방권 침범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적극 동의' 발언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성분명 처방’을 놓고 의료계의 릴레이 반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약계는 성분명 처방이 국민의 처방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불완전성’ 등을 이유로 국민 안전에 위해가 갈 수 있으며 ‘처방’이라는 의사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20여년 동안 이어진 ‘의약분업’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선택 분업’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동일성분 대체조제 넘어 성분명 처방 도입 요청…식약처도 ‘찬성’?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오른쪽)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성분명 처방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물으면서 시작됐다.
 
약사 출신인 서영석 의원은 앞서 ‘대체조제’의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약사가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하는 현행의 방식 외에 추가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는 방식을 추가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의 발의 직후 약사계는 환자의 거부감이나 오해를 줄일 수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의료계는 민주당이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대체 의약품이 동일한 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같은 약으로 변경해 주는듯한 용어인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이는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환자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의사와 약사 간 대체조제 사유 통보‧공유의 어려움 등과 같은 원활한 의사소통상의 문제 뿐 아니라, 각종 의학적‧약학적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처의 어려움 등이 우려됨에 따라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후 2021년 4월 28일 회의를 끝으로 의사와 약사 직역 간의 의견 차이로 계류 상태에 있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의원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면 국민 약제비 부담과 건강보험 약품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동일성분 대체조제를 넘어 성분명처방을 제도적으로 도입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이 “적극 동의한다”고 발언하며 해당 법안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불완전성, 무분별한 대체조제…환자 건강에 '위해'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국감이 끝나고 의료계의 반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학회, 전국의사총연합회에 이어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서울시의사회까지 나서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식약처에 의료계의 우려를 담아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일찍부터 성분명 처방에 대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의약품 처방,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불완전성, 약사의 무분별한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 우려, 의약분업 위배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해왔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는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 간의 약효 동등성은 여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이 이뤄질 경우, 의사는 환자가 어떤 의약품을 복용하고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로인해 국민들은 예기치 않은 약화사고 등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의사협회에 따르면, 생물학적 동등성을 갖는 동일 성분 약품이라도 제조사와 제조과정, 원료, 첨가물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안전성, 부작용, 발암물질 여부, 효능, 품질, 약효 작용원리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에 발암물질 함유로 문제가 되었던 발사르탄, 메트포르민 제제에서 실제 확인된 것으로, 대체 조제가 증가할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이는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생물학적 동등성의 본질은 생체 내에서의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혈중 약물 농도에 불과한 것이며, 생물학적 동등성만 인정되면 약효까지 동등할 것으로 판단하나 오리지널 약의 100% 약효를 기준으로 80%~125%까지 생물학적으로 유사하다고 인정돼 효능이 100% 같을 수 없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이 완전하게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닌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박수현 이사는 또 “처방은 의사 고유의 영역이다. 약사에 의한 성분명 처방은 의사 고유의 영역인 처방을 침범하는 것과 같다”며 “의사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성분명 처방에 대해 국정감사와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식약처장이라는 공적인 자리에 있는 분이 쉽게 발언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의약분업제도 유명무실…“환자 편의 위해 선택분업 도입" 주장
 

이러한 우려 속에 의료계는 의약분업 제도의 재평가와 함께 선택분업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미 약품 자동화 시스템으로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고 정확하게 약을 조제하는 시대가 됐다. 약사 없이도 약을 조제하는 시대에 20년 전의 의약분업제도는 유명무실하다. 복약지도는 처방한 의사도 약사 이상으로 가능하며, 병의원에 자동약포장기를 설치한다면 정확한 약 조제도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진정 약제비 절감과 환자 편익을 고려하면 성분명 처방 따위의 철 지난 주장 대신 강제분업(강제조제위임)이 아닌 국민이 선택하는 국민선택분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자 환자를 위한 일일 것”이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분명 처방 운운하며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파기하자는 것으로 들린다. 약사가 약품 선택권을 가져가겠다면 의사도 약품 조제권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 차라리 예전과 같이 처방-조제를 일원화 하거나 선택분업으로 가는 것이 국민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의약분업 이후 20여년 동안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명목으로 약값을 빼고 약국에 지불한 돈이 100조가 넘는다”며 국민편의를 위해 선택분업 도입을 촉구했다.

한편,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란은 의사단체와 약사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앞서 대한소청과의사회가 오유경 식약처장의 발언에 반발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놓고 서울시약사회가 소청과의사회를 저격한 비난 성명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서울시약사회 권영희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의약단체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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