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5.14 09:13최종 업데이트 16.05.1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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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에 대한 맹신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닐지?

제15차 한중 동양의학협력조정위원회에서 양국이 MOU를 체결하는 모습 

한의학을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 의구심도 지우기 어렵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중국 시안에서 차관급 회의인 제15차 동양의학협력조정위원회를 열어 전통의약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이, 중국에서는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부주임 겸 중의약관리국 왕궈창 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동양의학협력조정위원회는 전통의학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1994년부터 거의 매년 열리고 있다.
 
그러나 회의 결과를 보면 '밥 먹고 사진 찍는 연례행사'가 아닌가 싶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면 한‧중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전통의약 연구의 실질적 교류 협력을 위해 공동연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책 연구소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중국중의과학원과 별도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공동연구위원회를 통해 전통의약 기초연구분야의 공동연구, 심포지엄 개최, 인력 교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한중 정부가 15차례 정례 회의를 해 왔지만 연속성과 성과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 자료를 찾아보면 양국은 2015년 제14차 회의에서는 노화질환에 대한 공동 연구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는데, 올해에는 갑자기 기초연구로 주제를 바꿨다.
 
2013년 제13차 회의에서는 한약제제, 2011년과 2009년에는 한약재 품질기준, 2006년에는 만성난치성질환, 1997년에는 노인성 치매 등 난치병을 각각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공동 연구를 했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매번 회의 때마다 공동연구를 하기로 양해각서(MOU)만 남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한중이 공동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한의학과 중의학이 현대의학처럼 과학적이고, 표준화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토대가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중이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뿐만 아니라 그냥 맹목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한방 표준진료지침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4년간 160억원을 투입해 감기, 화병, 기능성소화불량, 대사증후군, 갱년기장애, 치매, 암, 슬통, 비만, 우울증 등 30개 질환의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 계획이다.

이들 30개 질환 중 15개는 이미 정부가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발간한 한의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학연구원 역시 요추추간판탈출증, 안면신경마비, 아토피피부염, 족관절염좌, 견비통 등 5개 한의임상진료지침을 이미 개발한 상태인데 '묻지마식' 연구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방의료행위가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표준임상진료지침을 수백개 만든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답답할 뿐이다.

#한약 #한방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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