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현지조사 과정에서 조사 기간을 임의로 늘려 실사한 뒤 의료기관을 행정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A요양병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업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과 관련, 최근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건보공단이 지난 2012년 A요양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차 이틀간 현지확인 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공단은 현지확인을 마친 뒤 복지부에 A요양병원의 2011년 1~5월 진료분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했고, 복지부는 해당 5개월과 2012년 10~12월까지 3개월을 더해 총 8개월치 진료분에 대해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하면서 조사 대상 기간을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총 36개월 전체 기간으로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A요양병원이 공단에 영양사 가산금과 조리사 가산금 2억 2875만원을 부당청구한 사실을 밝혀내 업무정지 100일 처분을 내렸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A요양병원이 행정 및 구매업무 등을 했던 4명의 직원을 영양사, 조리사로 신고해 가산금을 청구한 게 드러난 것이다.
공단은 복지부의 현지조사 결과에 따라 A요양병원이 부당청구한 2억 2875만원 중 이미 회수한 11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2억 2765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A요양병원은 복지부와 공단이 평등원칙을 위반한 행정조사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처분을 내렸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조사과정 중 고의적 혹은 지속적 거짓청구가 확인되는 경우 조사 시점에서 가장 최근 지급된 진료분을 기준으로 최대 3년의 범위 안에서 발생 시점까지 소급해 조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요양병원은 "복지부는 우리 병원이 고의적으로나 지속적으로 거짓청구를 했다는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음에도 지침을 어기고 조사 대상 기간을 3년으로 확장했다"면서 "이는 현지조사 지침을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며, 그에 따른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조사 대상 기간을 연장한 것은 A요양병원의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하고 거짓청구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적법한 처분었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A요양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현지조사 당시 A요양병원 거짓청구 사실이 당초 조사 대상 기간 이전의 어느 시점인지를 전혀 특정하지 않은 채 단지 A요양병원의 거짓청구 사실을 확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현지조사지침에 따라 조사 대상 기간 '상한'인 3년까지 확장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이번 업무정지 처분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조사 대상 기간 확장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복지부가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포함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면서 "행정처분 전부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