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험사 고객에게 제공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레이포지티브가 기업 임직원들을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회사의 다음 비전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임직원 건강관리에 대한 책임성이 커짐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관리 서비스 필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디지털화된 근로자지원 프로그램(EAP)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등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는 지난달 이화여자대 생명의료법연구소가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작과 성장’ 온라인 디지털 헬스 아카데미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험사 중심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넘어…근로자지원프로그램 EAP 관심
2010년 회사를 창업한 최두아 대표는 보험회사가 갖고 있는 고객의 건강 관리에 대한 니즈를 파악해 삼성화재의 ‘마이 헬스 노트’, 현대해상의 ‘하이헬스 챌린지’ 등을 만들어 사업화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보험사들이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을 가진 고객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횟수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보험사 고객들은 자신의 건강을 손쉽게 관리하고 증진할 수 있다는 데서 해당 서비스에 호응했다"고 소개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성장한 휴레이포지티브는 현재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로 진출해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휴레이포지티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시장을 발굴해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 대표는 ”이제는 보험회사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넘어 어떻게 하면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 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요새 힌트로 갖고 있는 것이 바로 EAP, 일명 임직원 건강관리 시장의 디지털화이다“라고 전했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의미하는 EAP(Employee Assistancd Program)는 기업복리후생 제도의 하나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자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근로자의 건강, 부부 및 가족생활과 직무 스트레스, 법률 및 재정 문제 등 임직원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에 PHR을 도입할 수 있는 보험사는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한계점이 분명하고, 산업화로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본질은 같은데 이를 응용해서 확대할 수 있는 시장이 어디에 있을지 고민하다가 디지털 EAP 시장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들의 EAP 디지털화 요구 커져
최 대표가 국내에서 EAP 시장의 확대를 예견하는 이유는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법적 제도적 환경에 있었다. 이는 국내외 기업들도 모두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최 대표는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국가적으로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기업에게 떠 넘기고 있는 추세다. 이에 기업들은 임직원의 건강 관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EAP에 디지털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현재 100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EAP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 분야에 민감도가 특히 큰 대기업은 디지털 EAP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으로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회사 임직원이 과로사하게 될 경우 고용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만성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이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는 없지만,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기업이 임직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어 EAP가 중요해졌다"며 "기업들이 임직원의 건강을 관리해 사망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임직원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기업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기존의 EAP는 직장인 우울증,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 정신건강과 심리상담 관련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도 대면을 중심으로 제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대기업들은 회사 안에 심리상담소를 두고 상담사가 근로자의 개인적 고민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상담을 제공한다. 그 상담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는 개념이었다“며 ”기존의 EAP 회사들은 심리 상담사들을 대기업에 파견을 보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고, 이러한 멘탈 케어(mental care) 중심의 EAP 시장 규모는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기업들은 더 광범위한 EAP 서비스가 필요해지면서 이 시장의 규모는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는 ”근로자의 멘탈 뿐 아니라 신체(physical) 건강관리까지 국가가 유도하면서 EAP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내년 기준으로는 이 시장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용 절감을 위해 EAP의 디지털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기업 자회사를 비롯해 많은 업체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정부 ‘마이 헬스웨이’ 통해 맞춤형 건강정보서비스 확대 기대
정부도 개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PHR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프로젝트인 ‘마이헬스웨이’ 사업이다.
최 대표는 ”마이헬스웨이 사업이 빠르면 내년도부터 법제화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사용자인 환자의 동의만 있으면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에 모여 있는 환자의 데이터를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와 기업들은 더 원활하게 고객과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고,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도 더 다양한 건강 정보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저질환자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래서 대기업 계열사들로부터 먼저 당뇨병, 고혈압 등에 초점을 맞춰 관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해당 분야의 EAP 서비스가 먼저 시작됐다. 최근에는 멘탈 케어와 근골격계 질환으로 확대 요청도 있어 다양한 질환으로의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EAP가 디지털화되면 회사가 개인의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를 열람하게 될 수 있다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최 대표는 ”처음 회사에 건강검진을 제공했을 때도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이지지 않았다"라며 "회사에 PHR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개입을 많이 한다. 임직원의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회사가 개인정보를 열람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데 활용하지 않는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 회사 밖의 업체가 서비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 보호에 대해 오히려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하지만 이런 시장이 열리는 순간 막강한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진다. 그래서 회사가 어떻게 경쟁에서 이겨낼 것인지, 그 다음에 경쟁이 덜한 시장에 가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탄탄한 연구네트워크를 토대로 시장을 테스트해보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실제 돈을 내는 시장을 찾아가면서 산업화에 나서겠다"라며 "이를 위해 작은 스타트업 혼자서가 아니라 12개 회사를 인수해 휴레이 얼라이언스를 크게 만들고, 이들과 함께 일본,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헬스케어의 본질을 살리면서 산업화라는 바다를 잘 넘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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