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1 06:53최종 업데이트 21.12.2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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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신음하는 코로나19 정국…“해결위해 정부-전문가 손 잡을 때”

근거중심의학 필요성 부각 위해 교육 필요…국민 눈높이 맞는 정보 전달 방법 개선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상황 속에서 인포데믹(가짜뉴스)의 위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백신 속 미생물을 확인했다며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는 한 산부인과 의사의 주장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대한의사협회가 해당 의사를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추진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근거중심의학의 개념을 강화하면서 정부와 의료전문가들이 거버넌스를 구축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잘못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인포데믹은 정보전염병, 전 세계 가짜뉴스와 전쟁 중
 
최근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인포데믹이라는 단어도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인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전염병’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급속도로 퍼지는 현대사회 가짜뉴스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부턴 백신과 관련된 인포데믹으로 각 나라의 방역당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을 전염병 확산에 있어 전 세계 건강을 해치는 10대 위협 중 하나로 선언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표백제가 코로나 치료에 효과적'이라거나 ‘5G 통신망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음모론까지 다양한 인포데믹이 횡행했다. 또한 마늘 섭취와 비타민 C와 D를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과 염소를 뿌리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 면역 치료를 위해 알코올을 마시는 치료법도 떠돌아다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초,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인포데믹이 확산되면서 약국 마다 문의가 속출했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 11월 해당 약품이 효과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한 남앙주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이 메탄올이 코로나19를 소독한다는 인터넷 정보를 믿고 집안에 메탄올을 살포한 뒤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인포데믹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본 사례다.
 
인도‧미국‧중국 순 인포데믹 가장 많아…인포데믹 확산 AI도 등장
 
국가별 코로나19 관련 인포데믹 자료 조사 현황. 사진=COVID-19–Related Infodemic and Its Impact on Public Health: A Global Social Media Analysis

인포데믹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적 현상이다. 지난해 말 미국 열대의학 및 보건위생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에 소개된 '코로나19 인포데믹의 글로볼 소셜 미디어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단 4개월 동안 전 세계 87개국 25개 언어로 표현된 2311건의 인포데믹 자료가 확인됐다.
 
국가별론 인도와 미국, 중국 순으로 인포데믹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스페인과 영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엔 인포데믹을 확산시키기 위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소셜 봇'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가 출현한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2억개의 트윗을 수집해 조사한 결과, 영향력 있는 상위 50개 리트윗 중 82%가 봇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위 1000개 리트윗 중에선 62%가 봇이었고 봇을 사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는 계정은 전체 트윗의 66%, 확실히 봇으로 확정할 수 있는 계정은 34%에 육박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캐서린 카일 교수는 CNN을 통해 "이번 코로나19를 둘러싼 소셜 봇 활동은 이전 자연 재해나 위기, 선거 등에 비교했을 때 최대 2배 많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포데믹의 홍수 속에서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2020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만 약 6000여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800여명이 사망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치료 목적으로 메탄올을 마시고 실명이 된 사건이 있으며 비슷한 사례로 터키에선 30명이 집단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질병 예방을 위해 말라리아 예방제를 복용한 한 부부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근거중심의학 필요성 부각돼야…치료 효과 입증 위해선 다양한 연구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오후 건강정보 인포데믹 대응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의협 실시간 생중계 갈무리

피해가 심각해지자 전문가들은 정부와 전문가 단체를 중심으로 한 인포데믹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20일 건강정보 인포데믹 대응 전략 토론회에서 근거중심의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근거중심의학이라는 개념의 부재가 잘못된 의학정보가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명 대학원장은 "의료인과 언론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하다"며 "몇 건의 연구만이 아니라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방법으로 수행된 많은 최신 연구결과가 모두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의 수준은 실험실연구를 거쳐 동물연구와 환자증례보고, 환자군 연구, 코호트연구 등 관찰연구를 거쳐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하게 된다"며 "이후 효과와 안전성이 모두 확인되면 개별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통계분석법으로 메타분석을 통해 의학의 근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몇 환자의 경험이나 사례는 효능에 대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모두 입증된 다양한 연구가 선행돼야 치료방법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실제로 신약 개발 과정엔 최소 10~15년 정도가 걸리는 것이 평균으로 5000개~1만개의 신약 후보 물질이 비임상시험을 거치며 250~10개로 추려지고 1~3상 임상시험 이후 시판에 성공하는 신약은 보통 1개에 불과하다.
 
명 대학원장은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 논란은 이미 신약 항암제인 키투루다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호전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치료에 권장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며 "코로나19 치료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태에서도 실험실 연구에 그쳤기 때문에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포데믹 시대에 제2의 불가리스 사태를 막기 위해선 의료인과 언론인의 근거중심 의학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TV나 신문, 도서에서의 의학적 근거를 객관적인 평가도구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과 검증을 시행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인포데믹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 왼쪽부터 국립암센터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서울대학교 이철주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보 감시를 위한 국가‧전문가 거버넌스 구축 필요
 
국가와 보건의료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철주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공신력을 얻기 위해선 전문성과 신뢰도가 중요하다. 현재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해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 중 의사 신뢰도가 90%를 넘겨 가장 높았다"며 "인포데믹을 잡기 위한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보(information)와 감시(surveillance)를 합쳐 인포베일런스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즉 의료 정보에 있어 신뢰도가 높은 의료 전문가들이 직접 소셜미디어에 개입해 잘못된 정보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 있는 질병관리청 등 정부기관의 개입도 중요할 수 있지만 거버넌스의 직접적인 주체로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빅브라더나 표현의 자유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정적 지원과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실제 주체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연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론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인포데믹 방지 프로젝트나 사실검증 기관 등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좋다"며 "장기적으론 국가와 전문가, 언론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료정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교육과 정확한 의료 정보를 대중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조주희 암교육센터장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포데믹은 대부분 이목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비해 정확하고 중요한 내용은 과학적이다 보니 어렵고 지루하게 전달된다"며 "정부의 정보 전달방식을 개선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기구나 조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 이선규 만성질환예방과장은 "얼마나 신뢰성을 갖고 설득하며 국민들과 소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실제 현장의 의료전문가들과 언론 등과 힘을 합쳐 하나의 목소리로 나아가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인포데믹의 잘못된 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감성과 고민에 눈높이를 맞춰 어떻게 소통할지 앞으로 더 고민하겠다"며 "너무 어렵고 전문성만 강조하다 보니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향후 질병청 건강정보 포털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신뢰성을 유지하고 의협과 감염병 뉴스레터를 함께 발행하는 등 의료계와 하트너십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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