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령·예산안 확정되기 전에 일부 지자체 의료기관에 사업 시작 공문...의료계 혼란 극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두고 의료계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위법령과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CCTV설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의료법 개정에 따라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들은 올해 9월부터 의무적으로 수술실 CCTV를 달아야 한다. 다만 관련 하위법령은 여러 쟁점 사항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확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오는 2월 정도엔 최종 확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일선 보건소들은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지원 수요조사 공문을 의료기관에 발송했다. 특히 CCTV 공동구매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도 있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CCTV 개당 가격은 500만원 수준으로 정부와 지자체 부담금이 50%, 의료기관 부담이 50% 수준으로 책정됐다. 병원에서 내야하는 금액은 개당 245만원 가량이다.
또한 화성시보건소에서 발송한 공문의 경우, 지원 대상을 '전신마취'와 '수면마취' 등을 포함해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이라고 정의했다. 즉 촬영범위에 전신마취와 수면마취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들이 아직 예산안과 하위법령에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비용 부담과 관련해서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삭감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애초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수술실 CCTV 설치비 지원 예산을 기존 37억6700만원에서 99억800만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따라 비용 부담액도 정부·지자체 50%, 의료기관 자부담 50%에서 정부 40%, 지자체 40%, 의료기관 20%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었다.
그러나 증액안은 예결위로 올라가면서 대규모 삭감 사태를 맞았다. 전체 예산 규모는 기존 기획재정부안 대로 다시 37억원 수준으로 돌아갔고 비용 부담비율도 의료기관 50%로 늘어났다. 또한 종합병원급 이상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촬영 범위도 아직 논의 중에 있다. 하위법령 관련 논의 결과에 따르면 CCTV 촬영 거부 사례에 '전신마취를 하는 응급환자 수술'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고 수면마취도 촬영범위 허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공문을 접한 A 원장은 "의료기관 자부담 비율 등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CCTV 개당 가격과 병원 부담액 등 구체적으로 병원 비용 지출 내역이 공문에 포함돼 있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 태스크포스(TF) 박진규 위원장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최종적으로 예산 지원과 촬영범위 등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업 공문이 발송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보건소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9월부터 CCTV 설치 의무화법을 실시하려면 올해 1월부턴 수요조사와 지원방안 등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정해진 것을 바탕으로 공문이 발송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는지 조사가 미리 진행돼야 지자체에서도 관련 예산을 확정할 수가 있다. 공문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의료기관 병상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자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에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술실 CCTV 문제와 관련해 의협의 책임론도 일각에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비용지원 규모가 대폭 줄어든 데다 공문 발송 등 현안에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진규 위원장은 "병원 자부담 50%는 받아들이기 참 힘들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본다. 복지부도 의료계와 비슷한 입장"이라며 "그러나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 측과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다. 추경을 하든, 법안 재개정을 하든, 다양한 방향으로 대안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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