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당은 '의정갈등 중재' 메시지로 정부 압박, 의협은 의료계 대화 추진…전공의와 의대생 지지는 과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연일 여야 당대표를 만나 의료대란 문제와 관련해 회동하면서, 만남 이유 등 뒷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 19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면담하고 22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비공개로 만났다. 두 차례의 만남 모두 여야당이 먼저 면담을 요청해 성사됐으며, 핵심 쟁점인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표면만 보면 두 차례 모두 별다른 성과가 없는 만남으로 볼 수 있지만,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의료계와 정치권의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 이번 회동이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한동훈, 이재명 대표 모두 의료대란 해소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의정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즉 여야 대표 입장에서 협의체 참여가 묘연한 의료계와 상시 소통창구를 만드는 등 의정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의협과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소통채널 개설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동에 함께 참석한 강청희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은 회동 이후 "의협도 해결의지가 있으므로 이젠 정부가 전향적인 정책기조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끝내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임현택 회장 입장에서도 연이은 여야 대표와의 만남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상황에서 자칫 '의료계가 의정갈등 해결에 소극적이다'라는 비판 여론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료계 비판 여론이 소거될 경우 반대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책임은 정부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또한 이번 회동은 임 회장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불화로 인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대외적 회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의협과 여야당은 모두 회동 과정에서 핵심 쟁점인 협의체 참여 여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향후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정도 메시지만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입장에서 협의체 참여는 정부의 태도변화가 선행된 이후 논의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자체적으로 두 차례 만남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재명 대표 면담과 관련해 의협 관계자는 "이번 면담으로 정부 압박이 가능할 것인지 계산은 하지 않고 갔다. 다만 이재명 대표, 박주민 위원장 등 민주당 참석자들의 의료대란 관련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회동이 매우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한 대표에 대해서도 의협 관계자는 "당장 협의체 참여 얘기가 오가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태도 변화다.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한 대표가 처음으로 제대로 태도 변화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계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연이은 두 차례 회동은 여야당과 의협 모두에게 윈윈인 만남인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론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압박 수단이고 대내적으론 임현택 회장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빠진 회동이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2025년 정원을 유예해야 한다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나선다면 지지를 받기 힘들고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현택 회장과 면담한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는 24일 만찬 이전에 윤 대통령과 따로 독대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 상태다. 만찬 회동은 의료개혁 문제를 비롯해 여야의정 협의체 등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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